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원내대표 직무대행과 국정조사특위 위원들이 지난달 30일 국회 의안과에 ‘윤석열 정권 조작기소 특별검사‘ 법안을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더불어민주당에서 발의한 ‘윤석열 정권 조작기소 특별검사’ 법안에 대해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특검을 통해 진실을 규명하고 사법적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며 “다만 구체적 시기나 절차에 대해선 민주당이 국민적 의견 수렴과 숙의 과정을 거쳐 판단해달라”고 말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조작기소 특검법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자 여당에 속도 조절을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이 발의한 법안은 수사 대상 사건 12건을 명시하고 있다. 이 중 쌍방울 대북송금·대장동 사건 등 8건이 이 대통령과 관련돼 있다. 특별검사는 이 대통령이 임명한다. 특검은 재판 중인 사건도 검찰로부터 넘겨받을 수 있으며, 이들 사건의 공소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공소유지 여부 결정’에는 당연히 ‘공소취소’도 포함된다. 대통령이 임명한 특검이, 대통령이 피고인인 재판을 취소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누구도 자신의 사건에서 재판관이 될 수 없다’는 근대 형사법의 대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크다.
윤석열 정권 검찰의 민낯은 지난달 진행된 국회 조작기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상당 부분 드러났다. 쌍방울 대북송금·대장동 사건 등의 수사 과정에서 핵심 피의자들을 회유·압박한 정황이 폭로됐다. 국회가 국정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특검을 도입하는 일 자체는 납득할 수 있다. 그러나 공소취소 권한까지 부여하는 건 너무 많이 나간 것이다.
민주당에선 반론을 내놓고 있다. 우선 ‘채 상병 특검법’에도 공소취소 조항이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정훈 대령은 피해자일 뿐 특검 임명권을 가진 권력자는 아니었다. 다음으로 “대통령이라는 이유로 정당한 피해 구제를 외면하는 건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정청래 대표)는 주장도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주권자의 피해 구제를 위해 3심제와 재심 절차가 존재한다. 최근 재판소원도 생겨났다. 특검법에 공소취소 조항까지 넣어야 할 이유가 없다.
특검 수사를 통해 조작기소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피해 회복 절차를 밟으면 된다. 검찰이 공소를 취소하는 길도 있고, 재판부가 공소권 남용을 인정해 공소기각 판결을 하거나 무죄 선고를 하는 길도 있다.
지난해 11월3일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공개 브리핑을 자청했다. 민주당이 현직 대통령의 재판을 중단하는 내용의 ‘재판중지법’ 추진에 나서자 “입법이 필요치 않다. 대통령을 정쟁에 끌어넣지 말아달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홍익표 정무수석이 “시기·절차”에 대한 대통령 발언을 전달했지만, 핵심 쟁점인 공소취소 권한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제가 드릴 말씀이 아닌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청와대는 특검 수사로 조작기소가 확인되더라도 검찰이 공소를 취소하거나, 법원이 공소기각·무죄 판결할 가능성을 낮게 보는 듯하다.
‘나쁜 상상’을 해본다. ‘2028년 총선, 국민의힘이 다수당이 된다. 2030년 대선, 윤어게인을 앞세운 국민의힘 후보가 승리한다. 새 대통령은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윤석열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대해 조작기소라며 특검을 도입해 수사하고 공소를 취소한다.’
예상되는 반박은 이렇다. ‘형사소송법상 공소취소는 1심 선고 전까지만 가능하다. 유죄가 확정된 윤석열의 공소는 취소할 수 없다.’ 형사소송법은 법률일 뿐이다. 다수당 주도로 개정하면 된다. 소급입법 문제도 기술적으로 회피하면 그만이다.
이 대통령은 사법적으로 자유로워질까. 형사소송법 329조에 따르면, 공소취소 후 해당 범죄사실에 대한 ‘다른 중요한 증거’를 발견한 경우 재기소할 수 있다. 일단 선례가 생기면 선례를 악용하려는 이들은 창의력과 상상력을 총동원할 것이다.
이 대통령은 곧 취임 1년을 맞는다. 성적표가 괜찮다. 60%대 중반 지지율(한국갤럽 기준)이 증거다. 이 대통령이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좋은 성적을 꾸준히 유지해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으면 된다.
5년 전, 경기지사이던 이 대통령과 인터뷰한 적이 있다. “계곡 불법시설을 단속할 때, 제가 다 때려부순 줄 아는 사람이 많아요. 전혀 아닙니다. 99%는 자진 철거했어요. 대안을 만들어줬거든요. 우격다짐으로 권력을 함부로 행사하지 않습니다.”
권력 앞에 겸손했던 그 마음을 이 대통령이 잊지 않았기를 바란다. 특검법에 대한 언급이 지방선거를 의식한 전술적 후퇴가 아니라, 민심을 헤아린 결단이기를 기대한다.
김민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