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경향신문 자료사진
신제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5일 노동조합의 파업 예고에 대해 “사업 경쟁력 저하 등으로 국가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며 “노사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촉구했다. 삼성전자 이사회가 이번 노조 파업 사태에 목소리를 낸 것은 처음이다.
신 의장은 이날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최근의 회사 상황으로 주주와 고객은 물론 많은 국민들께서 큰 걱정을 하고 있다”며 “이사회 의장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 송구하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회사의 핵심 경영 의사결정을 내리는 기구로, 사외이사인 신 의장을 포함해 8명으로 구성돼 있다. 신 의장은 지난해 3월부터 의장을 맡고 있다.
신 의장은 파업이 현실화하면 “노사 모두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며 “사업 경쟁력 저하는 물론 고객의 신뢰 상실, 주주 및 투자자 손실 등 국가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했다.
이어 “국가 기반 산업인 반도체 사업은 타이밍과 고객 신뢰가 핵심”이라며 “개발 및 생산 차질, 납기 미준수 등이 발생하면 근본적인 경쟁력을 잃게 되고 경쟁사로의 고객 이탈로 시장 지배력을 상실하는 것이 우려된다”고 했다.
신 의장은 “막대한 파업 손실과 고객 이탈로 회사 가치가 하락하면 주주·투자자·임직원·지역사회에 심각한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면서 “수백억 달러의 수출과 수십조 원의 세수가 감소하고, 환율 상승 유발로 GDP가 줄어드는 등 국가 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사 간 협력도 당부했다. 신 의장은 “지금은 회사가 직면한 무한경쟁 속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임직원 모두가 합심하고, 진정성 있는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라며 “지금의 갈등이 앞으로 더욱 건설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저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의장이 이번 성과급 논란에 대해 의견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외이사인 이사회 의장이 특정 사안에 대해 입장을 내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사회가 성과급 논란이 봉합되지 않으면 회사 경영에 미칠 파장이 크다고 보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노조는 성과급 인상 등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오는 21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삼성전자 주주단체인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전날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이번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 예고를 “기업 가치를 훼손하는 자해 행위”로 규정하며 손해배상 소송 청구 등 대응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이들은 불법 파업으로 핵심 자산이 훼손되면 참여 노조원 전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했다. 또 사측 경영진이 단기 위협을 피하려 부당한 성과급 협약을 맺는다면 배당권을 침해한 책임을 물어 대표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