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파주 용미리 제1묘지에 마련된 어린이 전용 산분장지 ‘나비쉼터’에 ‘어린왕자’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이 곳은 지난 4일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서울시설공단 제공
2018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코코>는 관객들이 눈물을 펑펑 쏟게 하는 영화다. 집안 반대를 무릅쓰고 뮤지션을 꿈꾸던 멕시코 소년 미구엘이 전설적인 가수 에르네스토의 기타에 손을 댔다가 죽은 자들의 세상으로 들어가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코코>는 멕시코인들이 ‘죽은 자들의 날’을 기념하는 풍습을 배경으로, 사후세계와 죽음을 부정적으로 느끼지 않도록 풀어냈다. 영화 말미 미구엘이 증조할머니 코코를 위해 노래 ‘리멤버 미(기억해 줘)’를 부르는 장면이 관객들의 눈물샘을 폭발시킨다.
영화 속에서 이승과 저승을 잇는 다리에 뿌리는 꽃이 주황색 마리골드이다. 사후세계를 이토록 화려하게 치장하는 것은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고 남겨진 이들에 대한 위로일 것이다. 경기 파주의 어린이 전용 산분장지 ‘나비쉼터’는 언뜻 마리골드가 뿌려진 ‘다리’ 같기도 하다. 산분장은 화장한 유골의 뼛가루를 산이나 바다에 뿌리는 장례 방식이다. 서울 시립 용미리 제1묘지 추모의숲에 마련된 이곳은 지난 4일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나비쉼터는 성인들의 엄숙한 추모 공간과는 다르다. 보행길엔 황금소나무와 색색의 꽃들이 어우러져 있고 피카츄와 곰돌이 푸 인형 등이 담긴 ‘나비 선물함’이 놓였다. 선물함은 아이가 좋아했던 애착 인형이나 가족들이 아이 곁에 두고 싶은 물건들로 채울 수 있다고 한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한국 사회에서 어린 자식의 장례는 서둘러 치러야 했다. 졸지에 자식을 잃은 부모들은 오열조차 맘껏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나비쉼터는 아이의 짧았던 생애 역시 존중받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마련된 공간이다. 이곳에서 부모들은 상실의 아픔을 껴안고, 충분히 슬퍼할 수 있다. 시대가 바뀌면 추모나 위로의 방식도 변하기 마련인데, 나비쉼터는 이런 변화의 반영일 것이다.
어린이날인 5일 나비쉼터 옆 어린이 추모공원 ‘나비정원’에선 ‘어린이 추모제’가 열렸다. “그곳에서 친구들이랑 즐겁게 뛰어놀고 있지? 꿈속에 찾아와줘. 너무 보고 싶다.” 나비가 된 아이들이 가족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을 것이다. 아이들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건 아마도 기억뿐이다. 나비쉼터가 아이들을 기억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