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R글로벌리츠의 주요 자산인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 타워. JR글로벌리츠 홈페이지
국내 증시에 상장된 최초의 해외 부동산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회사)로 큰 인기를 끌었던 JR글로벌리츠(JR리츠)가 파산위기에 몰리기 전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에서 지난 3월 특별점검을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리츠의 주무부처로서 사전 관리감독을 철저히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최근 정부와 국회가 개인 중심 임대 시장을 개선하고자 리츠를 키우겠다고 내세우고 있지만 리츠의 재무안정성 관리가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5일 국토부에 따르면 JR리츠는 2020년 국토부에서 처음 인가를 받은 부동산 리츠다. 당시 JR리츠는 벨기에 오피스 빌딩 등에 투자해 임대료와 시세차익을 올리겠다며 투자자들을 모았다. 안정적 자산인 부동산이 있어서 연 5~7% 배당을 지급받을 수 있고, 상장된 주식처럼 가격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JR리츠 소액 투자자는 약 2만800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JR리츠는 지난달말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투자자들이 들고 있던 주식은 고점 대비 70% 넘게 하락했다. JR리츠는 상환 자금 부족을 기업회생 신청 이유로 들었다. 회사는 지난 1월 단기사채 800억원을 빌렸고 이중 400억원을 갚지 못한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매매 거래를 정지하고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2023년 8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리츠 감독체계. 국토교통부 제공
문제는 JR리츠의 유동성 위기가 뚜렷해질 당시 정부가 이미 특별 점검을 벌였다는 점이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국토부 등은 지난 3월 특별점검을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는 JR리츠가 1~2월 추진하던 유상증자를 철회하면서 유동성 위기가 관측됐던 때다. 3월 특별점검으로 부실화 경위를 이미 일정 수준 파악했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회사는 유상증자를 공시했다가 철회하는 등을 거치면서 경고음이 이미 켜진 상태였다.
국토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채무가 좀 큰 상황이어서 개선하라고 지시했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결국 JR리츠는 약 1개월 후 법정관리 신세를 맞게 됐다. 리츠 인가권을 지닌 주무부처의 관리감독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정부는 JR리츠가 기업회생을 신청한 다음날 뒤늦게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과 함께 리츠 시장 전반에 대한 특별점검에 나섰다.
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 책정도 안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 등 주요 신평사들은 JR리츠가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기 1~2일 전까지도 ‘투자 적격’ 내지는 ‘채무상환 능력 양호’를 의미하는 BBB+ 등급을 매겼다.
일단 정부는 JR리츠가 “전체 상장 리츠 규모 대비 3% 미만으로, 시장 전반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정부와 국회가 ‘리츠 재도약’을 준비 중인 상황에서 당국의 관리감독 기능부터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리츠는 2018년 정부의 리츠 공모·상장 활성화 정책 도입 후 상장 리츠는 2019년 7개에서 지난해 25개로 성장 속도가 빨라졌다. 정부는 투자 목적 이외에도 개인 임대 중심의 부동산 시장이 기업형 임대 형태인 리츠가 들어오면 안정적인 임대차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2022년 이후 금리 상승 등 영향으로 성장세가 더뎌졌지만 국회에선 최근 리츠 간 합병을 촉진해 대형 리츠를 탄생시키기 위한 법 개정안을 논의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일찌감치 경고등이 켜진 리츠 시장에서 운용 현황 공시를 늘리는 등 적극적인 재무안정성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지난해 6월 낸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국내 상장 리츠 평균 부채 비율은 89.6%에 달하며 대부분 리츠가 투자를 위한 차입을 하고 있다.
오지민·전세완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현 신용평가와 감독체계는 개별 리츠의 위험을 점검하는 역할을 수행하나, 업계 전반의 운영 기조에서 재무안정성의 우선순위를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재무안정성 제고를 위한 유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