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값이 리터당 2천원 선을 넘어선 지난달 7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 유가정보판에 ‘인근최저가’ 표시가 붙어 있다. 한수빈 기자
4월 소비자물가가 2.6%까지 올라 1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석유류 가격이 20% 넘게 오른 여파다. 한국은행은 5월 물가 상승폭은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물가 상승을 완화했다고 설명했지만, 체감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서민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국가데이터처가 6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지수는 119.37(2020년=100)로 1년 전보다 2.6% 올랐다. 이는 2024년 7월(2.6%) 이후 최대 폭 상승으로, 전쟁 영향이 처음 반영된 3월(2.2%)보다 상승 폭이 0.4%포인트 확대됐다. 지난해 줄곧 2.5%를 밑돌았던 물가 상승률은 올해 1~2월 2%까지 떨어진 뒤 전쟁이 본격화된 3월 이후 두달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 영향으로 석유류 가격은 1년 전보다 21.9% 급등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인 2022년 7월(35.2%) 이후 3년 9개월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월(9.9%)보다도 상승률이 두 배 넘게 불어났다. 석유류의 물가 상승 기여도도 0.84%포인트로 전월(0.39%포인트)보다 크게 높아졌다. 구체적으로, 휘발유는 21.1%, 경유는 30.8% 올라 2022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석유류가 포함된 공업제품 가격이 3.8% 오르면서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다.
서비스 물가에도 국제 유가 상승의 영향이 파급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항공료 상승률이 3월 0.8%에서 지난달 15.9%로 크게 확대되면서 공공서비스 물가는 상승 폭(1%→1.4%)을 키웠다. 지난달 국제항공료에 산정되는 유류할증료에 3월 국제 유가 상승분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외식 서비스 가격은 2.6%로 상승폭이 줄었지만, 원유나 나프타 수급과 관련된 엔진오일 교체(11.6%), 세탁료(8.9%)와 해외 단체 여행비(11.5%)도 오름세를 보였다.
농축수산물 가격은 0.5% 내렸다. 가공식품 출고가 인하 영향으로 가공식품 상승률(1.6%→1%)은 축소됐다. 밥상 물가를 반영하는 신선식품지수는 6.1% 하락했다. 그나마 ‘먹거리’와 관련된 가공식품과 농축수산물 가격이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물가 상승을 일부 방어한 셈이다.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로 전체 물가 상승률을 1.2%포인트 끌어내린 것으로 추정했다. 이두원 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도 “다른 나라들에 비해 석유류 상승 폭이 적었다”며 “최고가격제 시행이 소비자물가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체감 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가 3월 2.3%에서 지난달 2.9% 올라 전체 소비자물가보다 빠르게 오르는 등 서민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비자가 자주 구매하는 품목으로 구성돼 전체 휘발유와 경유 등의 비중이 더 크기 때문이다.
물가는 5월에도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이날 물가상황점검회의에서 “농축수산물가격의 기저효과가 더해지면서 5월 물가는 오름폭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국내항공료 유류할증료 인상분도 5월부터 물가에 반영될 예정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현재 날씨와 출하량이 양호해 농산물의 기저효과에 따른 상승은 지켜볼 것”이라며 “정부에서 석유 부분 물가 상승을 방어하기 위한 노력은 지속하고 있고, 업계에 협조할 사항이 있으면 협조를 요청해 국민들이 체감하는 부분을 완화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