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수구에 빨려들어가…시설 하자·관리 소홀 인정
인천지방법원. 인천지법 제공
경북 울릉군이 관리하는 풀장에서 12살 어린이가 익사한 사고와 관련해 유가족이 울릉군과 시공사 등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인천지법 민사14부(김영학 부장판사)는 A군(12) 유가족이 울릉군과 시공사 등을 상대로 낸 6억원 가량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유족에게 울릉군과 시공사 관계자 3명은 4억85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유가족이 울릉군수와 담당 공무원, 설계사 등 관계자 7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했다.
A군은 2023년 8월 1일 울릉군이 설치해 관리하던 심층수 풀장에서 숨졌다.
A군은 당시 풀장 놀이시설 아래쪽에 열려 있던 출입문을 열고 들어갔다가 바닥 취수구에 팔이 빨려 들어간 상태로 익사했다.
조사 결과, 취수구에는 일체형 배수 설비 대신 고기를 구울 때 쓰는 임시 석쇠용 철망이 용접돼 있었다.
설계 도면에 기재된 배수 설비는 물량 내역서와 시방서에서 누락됐고, 시공사는 발주처에 이를 보고하지 않은 채 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바닷물에 취약한 석쇠 철망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A군은 고압 취수구 배관의 흡입력에 그대로 노출됐다.
풀장 관리도 소홀했다. 관련 고시에 따라 최대 수심 300㎜ 이하로 유지해야 하는 풀장에는 해수가 400㎜까지 가득 채워졌다. 취수구 쪽으로 통하는 출입문에는 잠금장치가 없었고, 법정 자격을 갖춘 안전요원도 배치되지 않았다. 사고 당일 현장에서 시설 관리를 돕던 아르바이트생도 없었다.
재판부는 이 물놀이 시설이 울릉군이 어린이놀이시설법에 따라 설치해 관리·운영하는 시설로,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공공 영조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물놀이 시설에 설치·관리상 하자가 있었고 이 하자로 인해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며 “국가배상법에서 정한 영조물 설치·관리자의 손해배상 책임에 따라 울릉군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 울릉군수와 담당 공무원들의 개인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담당 공무원들의 업무상 과실이 있다 하더라도 전문 지식이 없는 공무원들이 시설 설치·운영을 담당했고, 자문을 구할 인적 네트워크나 예산도 없었다”며 “이들에게 중과실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A군 사망과 관련해 울릉군청 공무원들과 시공사 관계자들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돼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