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자료를 미제출하는 방법으로 고의적으로 상장폐지한 사례. 국세청 제공
A 제조업체는 수년 전부터 사주가 지배하는 해외법인 B에 핵심 생산기능을 무상으로 이전했다. 또 사주가 지배하는 또 다른 해외법인을 수출 거래에 형식적으로 끼워 넣는 방식으로 30억원 이상의 유통 마진을 챙겼다. ‘이익 빼돌리기’로 영업 손실이 지속됐는데 이 회사는 국외에 체류 중인 임원에게 최소 10억원의 급여를 지급했다. 나아가 회계 자료를 고의로 제출하지 않아 기준 미달의 감사 의견을 받는 방식으로 상장폐지를 추진, 소액주주들에게까지 피해를 준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이처럼 우량기업의 기술과 이익을 사주가 지배하는 해외법인에 빼돌리거나 고의로 상장폐지를 유도하는 등 주식시장 불공정 탈세자를 대상으로 2차 세무조사에 착수한다고 6일 밝혔다. 국세청은 지난해 7월 1차 세무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이번 조사 대상은 주가 조작, 자산·이익 빼돌리기, 불법 리딩방 운영 등 불공정 행위를 저지른 총 31개 업체다.
조사 대상 중 가장 눈에 띄는 유형은 주가 조작이다.
조사 대상에 오른 신재생에너지 업체는 ‘신사업 진출’, ‘상장 임박’ 등의 허위정보를 흘려 일반 투자자를 끌어모은 뒤, 외형을 부풀려 주가를 끌어올렸다. 이후 페이퍼 컴퍼니와 차명계좌를 통해 미리 사들인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팔아 양도차익을 챙기면서도 세금은 내지 않았다. 피해는 주식을 떠안은 소액주주들에게 돌아갔다.
사주일가에게 은밀히 이익을 빼돌린 사례도 적발됐다. 사주일가에게 이익과 자산을 넘긴 업체들로, 회사를 사실상 개인 재산처럼 운용하며 거래 단계에 교묘히 끼어들어 ‘통행세’ 명목으로 이익을 챙기거나 법인 자금을 직접 빼내는 방식을 썼다. 사주가 쓸 고급 음향장비와 반려동물용품을 법인 명의로 사거나, 사주의 개인 변호사 선임 비용을 회사가 대납한 사례도 확인됐다.
불법 리딩방 업체들의 수법도 도마에 올랐다. 유튜브 등을 통해 이름을 알린 뒤 투자 경험이 부족한 사회초년생과 노년층 등 금융 취약계층에게 접근해 ‘추천주 300% 급등’ ‘3일 내 100% 수익 보장’ 같은 자극적인 문구로 고액 멤버십 가입을 유도, 40억원 이상의 수입을 올렸다.
추천 종목을 공개하기 전 미리 해당 주식을 사들인 뒤 주가가 오르면 회원들에게 물량을 떠넘겨 부당한 시세차익을 챙겼으며, 허위 비용 계상과 거짓 세금계산서 수수 등으로 세금도 탈루했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에 그치지 않고 주식시장 모니터링을 이어가며 불공정 거래를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밝혔다. 또 조사 과정에서 증거인멸이나 재산 은닉 등 조세범 처벌법상 범칙행위가 드러나면 수사기관에 고발해 형사처벌까지 이어지도록 조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