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선박의 탈출을 돕는 ‘프로젝트 프리덤’을 시행 하루 만에 전격 중단하면서 해협의 사실상 봉쇄 상태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전 중단 이유로 이란과의 ‘협상 진전’을 들었지만 양측이 각자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종전 합의는 여전히 요원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란 국영 프레스TV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프로젝트 프리덤’ 중단을 밝힌 5일(현지시간) 이란 당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을 통제·관리하기 위한 새로운 ‘주권적 해상 교통 규제 메커니즘’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해협을 통과하려는 모든 선박은 이란 측 공식 이메일을 통해 통항 규정을 전달받고 이를 준수해야 하며, 사전에 반드시 통항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는 그동안 공해로 인식돼 온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이 주권적 통제권을 본격 행사하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해군사령부는 이날 엑스에 “해협을 건너는 유일한 안전 항로는 이란 이슬람공화국이 앞서 공표한 통로뿐”이라며 “다른 경로로 선박이 이탈하는 것은 안전하지 않으며 이탈 시 IRGC 해군의 단호한 조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협상 진전’의 의미에 대해 “시간이 말해줄 것”이라면서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실권을 장악한 이란 강경 지도부는 핵 프로그램 포기에 동의하지 않고 해협을 봉쇄해 세계 경제 인질로 잡고 있는 등 자신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확신하는 듯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 말대로 이란과의 물밑 논의에서 상당한 진전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불과 이틀 전인 3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종전안을 ‘수용 불가’로 밝힐 정도로 입장 차가 컸던 만큼 이란의 의미 있는 양보가 있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 협상의 교착 상태를 돌파할 승부수처럼 내건 ‘프로젝트 프리덤’이 하루 만에 중단된 것은 기대만큼 효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이 군사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순 있겠지만 호르무즈 해협의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드러났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S&P 글로벌마켓 인텔리전스를 인용해 작전 시행 이후 이틀간 단 7척의 선박만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며 “지난 2월 말 이란이 해협 봉쇄를 선언한 후 매일 해협을 통과해온 극소수 선박 수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적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걸프 동맹국들과 이란에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요구하며 이에 응하지 않으면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기 위한 다국적 해상 연합체 ‘해양 자유 연합’ 창설을 협력국에 제안하는 동시에 유엔에서도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에는 지난달 결의안에 중국·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점을 고려해 군사 행동을 명시적으로 승인하는 표현을 제외하고 인도주의적 지원 내용을 보완해 한층 신중한 접근을 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