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호르무즈 해협 ‘사전 통행 허가제’ 시행
선박 폭발 사고까지…산업계 “뉴노멀 왔다”
원유 대체 수입처 찾기 안간힘 “리비아가 대안”
호르무즈 해협 우회 가능에 풍부한 석유 매장량
지난 4일 호르무즈 해협에 갇힌 선박들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선박에 대해 사전 신고를 의무화하는 제도를 시행하기로 한 것을 두고, 산업계에선 사실상 ‘호르무즈 뉴노멀’이 도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유 대체 수입처 확보가 시급해진 상황에서 리비아를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란 국영 매체 프레스TV는 5일(현지시간) 이란 당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가는 선박을 대상으로 ‘사전 통행 허가제’를 도입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이 공식 e메일로 통행 규정과 절차를 안내하면 선박은 이에 맞춰 운항 방식을 조정해야 한다.
호르무즈 해협은 국제법상 공해는 아니지만 공해와 공해를 연결하는 국제해협이다. 유엔 해양법 협약(UNCLOS)을 근거로 선박의 통과통항권이 보장돼왔다. 이란의 이번 조치는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직접적으로 행사하겠다는 행보로 풀이된다.
국내 정유·석유화학·해운 업계의 고민은 더 깊어졌다. 종전되더라도 이란 당국의 협조 없이는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어려워진 데다, 최근 화재 사고를 당한 HMM 나무호 사례처럼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이 과거처럼 돌아갈 수는 없게 됐다”며 “이제는 ‘호르무즈 뉴노멀’ 시대에 맞춘 수입과 운송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정유업계에선 새로운 원유 수입처를 찾아야 하는 요인이 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설명과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리비아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할 수 있으면서 아프리카 최대 규모의 석유 매장량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현재 리비아 석유 매장량은 480억배럴 규모로 매장량 기준 세계 10위 국가로 추정된다.
친미 성향의 아랍권 매체 알후라는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되면서 리비아가 세계 에너지 안보의 잠재적 구원자로 주목받고 있다”며 “지리적인 이점과 막대한 석유 자원을 바탕으로 대체 공급처의 역할을 하기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집트는 3월부터 매달 100만배럴의 원유를 리비아에서 수입하겠다고 밝혔다.
리비아의 정치 상황이 다소 나아졌다는 점도 호재다. 리비아는 지난 2월 2011년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 붕괴 이후 처음으로 외국 기업에 석유 탐사권을 줬다. 이탈리아·스페인·튀르키예 업체가 대상이다. 중국도 2014년 폐쇄했던 리비아 주재 대사관을 지난해 11월 재개관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리비아 정유 공장 건설 등 재건 사업에 뛰어들기 위한 행보라고 분석했다.
한국도 중동 사태 이후 리비아 원유를 들여오기 시작했다. 한국무역협회 자료를 보면 2020년부터 2025년까지 리비아 원유 수입 기록은 없다. 2017년 133만5180t의 원유를 수입할 만큼 활발한 교류가 있었지만 리비아의 정치 혼란 탓에 2020년부턴 수입이 완전히 끊겼다. 하지만 올해들어 3월까지 6만400t의 원유를 수입했다. 해당 물량은 한화토탈에너지스가 수입했다.
다만 아직은 불안한 정치 상황과 오랜 내전으로 정유 시설이 수년간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못했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알자지라는 “리비아 정치권은 분쟁이 생길 때마다 원유 시설을 폐쇄해 수송을 막아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