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 7000선을 돌파한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각종 지수가 표시돼 있다. 정효진 기자
한국과 미국 증시를 사상 최고치로 이끈 반도체 업종의 호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관심이 쏠린다.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호실적과 앞으로의 전망이 미국과 이란 전쟁의 불확실성, 고유가 우려도 억누르고 증시를 끌어 올리는 모양새다. 인공지능(AI)이 기존 생성형 모델에서 추론형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어, 올 하반기는 물론 내년까지도 반도체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S&P500 지수는 전장보다 58.47포인트 오른 7259.22, 나스닥종합지수는 전장보다 258.32포인트(1.03%) 오른 25326.13으로 마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 증시에서도 상승 랠리의 주인공은 반도체였다.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4.2%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SOX는 올해 들어서만 55%가 올랐다.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수요가 견고한 상황에서 반도체 수요가 AI 반도체를 넘어 범용 반도체까지 확산하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은 이날 주가가 13% 가까이 오르면 상승을 주도했다. 애플과 ‘반도체 동맹’을 맺을 수 있다는 소식이 기폭제가 됐다. AI 개발단계가 학습에서 추론으로 넘어가면서 GPU(그래픽처리장치)뿐 아니라 CPU(중앙처리장치) 수요도 크게 늘 것이라는 예측도 영향을 줬다.
AMD도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하며 시간 외 거래에서 7% 넘게 급등했다. 1분기 매출이 103억달러, 주당순이익(EPS)은 1.37달러를 기록해 시장 전망치(매출 99억달러, EPS 1.28달러)를 모두 웃돌았다. 리사 수 AMD CEO는 “내년 데이터센터 AI 매출이 수백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D램·낸드플래시 제조 업체인 마이크론(11.06%), 샌디스크(11.98%)도 랠리를 이어갔다. AI 데이터센터와 서버에 대한 수요 폭증이 예상된 영향이다. 트렌드포스는 2분기 범용 D램 계약가격이 전분기 대비 58~63%, 낸드플래시 계약가격은 70~75%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D램에 상대적으로 가려져 있던 낸드의 몸값도 최근 ‘AI 추론’ 본격화와 맞물려 급등하고 있다.
코스피가 7000선을 넘어선 6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10% 넘게 급등했다. 두 기업이 주력하는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AI 데이터센터 핵심 병목으로 지목되면서 가격 결정권이 공급사에 넘어 온 상태다. 3분기부터 차세대 모델인 HBM4 출하가 본격화되면 두 기업의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세가 더 가팔라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렌드포스는 HBM 가격이 내년에 최대 2배 가까이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AI 인프라 수요는 이제 막 시작 단계로 갈 길이 더 멀다”며 “수요는 앞서가는데 공급이 뒤따라가는 초과 수요 상태가 올해는 물론 내년까지도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내다봤다.
통상 고유가 상황에서는 무역수지 흑자 폭이 줄어들고 주가도 주춤하기 마련이지만 지금은 예외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반도체 수출 증가세로 무역수지 흑자 폭은 지난 4월 기준 237억7000만달러로 지난 1월(87억4000만달러)보다 2배 넘게 커졌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100달러 내외의 고유가가 이어지겠지만, 업황 사이클을 고려하면 반도체의 흑자 규모가 더 확대될 여지가 크다”고 분석했다.
실적이 뒷받침되면서 반도체 랠리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도체 수요를 좌우하는 하이퍼 스케일러들은 올해 AI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설비투자 규모를 늘리고 있다. 구글·메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4개 사의 올해 설비투자 규모는 10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반도체 수요는 결국 AI 확산세에 따라 결정되는데 사실상 지금 국가들이 기댈 수 있는 건 AI밖에 없다”면서 “1~2년 후에 설비투자가 일단락되면 모르겠지만 적어도 올해까지는 랠리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