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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40년전 한국인 신인 성악가 조수미를 세계 무대에 각인시킨 것은 카라얀의 귀였다.

바르톨리는 1000만장이 넘는 앨범 판매고를 올렸고 케네디는 클래식도 팝음악처럼 소비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조수미가 2000년 발매한 는 클래식 음악의 대중적 확장성을 보여준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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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얀 시대’를 넘어 ‘SM 시대’로··· ‘신의 목소리’ 조수미의 선택

입력 2026.05.06 17:05

수정 2026.05.06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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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40주년 맞은 조수미

SM 손잡고 “새로운 시작”

클래식 스타 배출 방식 변화 보여줘

“많은 사람들에게 클래식 알리고 싶어”

조수미가 4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소회를 밝히고 있다.  PMR제공

조수미가 4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소회를 밝히고 있다. PMR제공

40년전 한국인 신인 성악가 조수미를 세계 무대에 각인시킨 것은 카라얀의 귀였다. 1980년대 클래식 주류 무대이던 유럽 오페라계에서 비서구권 소프라노의 가능성과 예술적 생명력은 절대권력을 가진 거장 지휘자의 선택과 메이저 음반사의 녹음을 거치면서 공인될 수 있었다.

세계 무대 데뷔 40주년을 맞은 2026년. 소프라노 조수미는 K팝 산업을 대표하는 SM엔터테인먼트(SM클래식스)와 손잡았다. 6일 서울 강남구 파르나스호텔에서 열린 SM과의 계약체결 및 데뷔 4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조수미는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의 시선은 과거보다 미래를 향해 있었다.

카라얀이 발견한 디바가 선택한 K팝 플랫폼.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이 만남은 지난 40년 동안 클래식 스타가 탄생하고 유통되고 소비되는 방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기도 하다.

■제왕적 거장의 시대

1986년 이탈리아 베르디 극장에서 <리골레토>의 질다로 데뷔한 조수미는 2년 뒤 오페라 <가면무도회> 오디션에서 카라얀과 운명적인 만남을 갖는다. 카라얀은 조수미의 노래를 듣고 “이런 목소리는 한 세기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신의 선물”이라고 극찬했다. 거장의 평가는 세계적 도약의 발판이 됐다.

당시만해도 스타 탄생은 지휘자나 극장, 페스티벌 프로듀서 등 권위자가 먼저 듣고 발탁하는 방식에 가까웠다. 독일 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조피 무터에게도 카라얀이 있었다. 13세 바이올리니스트를 베를린 필과 잘츠부르크 무대에 세운 것은 거장의 귀와 권위였다.

■메이저 레이블 통치

음원과 스트리밍이 대세가 되기 전, 20세기 후반 클래식 음악계에서 메이저 레이블은 아티스트의 명성을 세계로 실어나르는 통로였다. 레이블은 아티스트 기획자였고 권위를 부여하는 보증인이었다. 조수미도 도이치 그라모폰, 데카, 에라토 등을 통해 세계 클래식 팬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게오르그 솔티가 지휘한 슈트라우스의 <그림자 없는 여인>(데카)은 조수미를 세계적 성악가들의 계보에 놓았다. 이 앨범은 1993년 그래미상 베스트 오페라 레코딩상을 받았다. 에라토(워너 클래식)는 조수미라는 이름을 솔로 성악가라는 브랜드로 각인시켰다.

음반사가 스타를 기획하고 발굴해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던 사례는 체칠리아 바르톨리(데카), 나이절 케네디(EMI)의 성공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 바르톨리는 1000만장이 넘는 앨범 판매고를 올렸고 케네디는 클래식도 팝음악처럼 소비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조수미가 4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PRM 제공

조수미가 4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PRM 제공

■극장을 넘어 크로스 오버

조수미가 2000년 발매한 <Only Love>는 클래식 음악의 대중적 확장성을 보여준 사례였다. 국내에서 이 앨범은 100만장이 넘게 팔렸다. 조수미는 당시 인터뷰에서 “대중들과 아티스트 조수미를 연결한 징검다리 같은 앨범”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오페라 무대에만 머무르는 대신 극장 밖으로 나와 청중들을 본격적으로 만났다. 드라마 명성황후의 OST를 부르고 2002년 월드컵 주제곡 ‘챔피언스’를 불렀으며 대중들과 쉽게 만나는 콘서트도 대폭 늘렸다.

글로벌 무대에서는 이같은 오페라적 발성과 대중음악 시장의 만남이 성공을 거둔 모델을 앞서 보여줬다. 로마 월드컵 당시 3테너스의 공연, 안드레아 보첼리와 사라브라이트먼의 ‘Time to Say Goodbye’ 등은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켰다.

■귀에서 눈으로

음악성은 여전히 기본이다. 다만 요즘의 젊은 음악가들은 들리기 전에 먼저 ‘보여 진다’. 콩쿠르 실황, 유튜브 클립, SNS 영상들은 거장의 선택이 없어도, 권위 있는 극장 무대에 오르지 않아도 관객들을 만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음반사의 신비주의 대신 아티스트 개인이 미디어가 되어 자신을 브랜딩한다. 강렬한 무대 이미지와 연주력으로 시각적 금기를 깬 피아니스트 유자왕, 수많은 팔로어와 직접 소통하는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은 그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세계 최정상의 위치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조수미 역시 이같은 변화에 뒤쳐져 있지 않았다. 공연 때마다 화려하고 다양한 무대 의상으로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해 온 그는 SNS로 일상과 속내를 공유하며 무대 밖의 자신까지 청중에게 열어보인다.

■K엔터 플랫폼과 결합하다

SM클래식스와 함께 내놓은 40주년 앨범은 회고용이 아니다. 그는 ‘앞으로 어떻게 음악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앨범이라고 설명했다. 평소 무대에 올리거나 녹음할 엄두를 못냈던 레퍼토리를 비롯해 국내 아티스트들과의 협업곡이 상당수 실려 있다. 그룹 엑소(EXO) 수호와의 듀엣곡도 실린다. 그는 “국내 아티스트들의 음악적 상상력을 자극해 만들어질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컸고 매우 만족스럽다”면서 “SM의 글로벌 커넥션, 자유로운 콘텐츠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호기심과 열린 마음으로 끊임없이 경계를 넘어가며 새로운 시도를 해 온 조수미. 그는 다시 경계를 넘는 쪽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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