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요르단강 서안지구 헤브론 인근 야타 마을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허가 없이 지어졌다는 이유로 철거된 주택 잔해를 살펴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이 점령 중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과 유대인 정착민을 차별한다는 취지의 군 고위 간부 발언이 공개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해당 간부는 같은 행위에도 팔레스타인인에게만 무력 대응을 적용한다고 인정했다.
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에 따르면 아비 블루트 이스라엘군 중부사령부 사령관은 최근 비공개회의에서 “지난해 도로에서 돌을 던진 팔레스타인인 42명을 사살했다”고 말했다. 그는 팔레스타인인의 투석 행위를 “테러”라고 규정했다.
반면 유대인 정착민이 같은 행동을 했을 때는 총격을 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유대인 정착민이 차량에 돌을 던지다 군의 총격으로 다친 사건을 언급하며 “그런 사건은 사회적으로 매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이어 “차별이 존재한다”고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은 군사법 적용을 받는 반면, 유대인 정착민은 민간 법원에서 재판을 받는다.
블루트 사령관은 이스라엘과 서안지구 사이 분리장벽 인근에서 팔레스타인인을 체포할 때 무릎 아래를 겨냥한 사격이 허용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장벽을 인식하도록 하는 조치”라고 주장하며 “팔레스타인 마을에는 ‘절뚝거리는 기념비들’(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받아 부상한 팔레스타인인을 지칭)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이스라엘로 넘어오려다 총에 맞은 사람들이 그만큼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중동에서는 ‘누군가 당신을 죽이려 하면 먼저 죽여라’가 규범”이라며 “우리는 1967년 이후 보지 못한 수준으로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고 말했다. 1967년은 이스라엘이 제3차 중동전쟁 이후 서안지구를 점령한 해다. 블루트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서안지구에서 “테러리스트 1500명을 사살했다”고 주장하면서도 일부는 비전투원이었다고 인정했다.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하레츠는 사설에서 “그의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 정책)적 접근 방식은 유대인을 사살할 경우 발생할 ‘사회적 결과’를 근거로 정당화됐다”며 “그렇다면 이러한 ‘절뚝거리는 기념비들’이 팔레스타인 주민에게 미칠 ‘사회적 결과’도 고려했나”고 반문했다.
2023년 10월 가자지구 전쟁 이후 서안지구에서는 팔레스타인인을 향한 폭력이 증가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가디언은 정착촌 출신 병사와 장교 비중이 커진 이스라엘군이 이를 사실상 묵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해 서안지구에서는 이스라엘군과 정착민의 공격으로 팔레스타인인 230명이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