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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자주국방을 말해야 하는 나라

입력 2026.05.06 20:02

수정 2026.05.06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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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 전쟁은 시선을 한반도로 옮겨놓는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가는 스스로 지켜야지 왜 의존하냐”고 했다. 한국의 방위 능력이 충분하다며 전쟁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을 다독이고, 자주국방의 필요성도 새삼 강조한 것이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2029년 3월을 전작권 전환 목표 시기로 처음 제시했다. 이재명 정부는 2028년까지 전작권을 돌려받으려 한다. 한국은 1950년 한국전쟁 발발로 미국에 넘겨준 작전통제권을 온전히 환수하지 못했다. 76년이 흘렀다.

노태우는 작전권 환수를 공약하고 당선된 첫 대통령이다. 1988년 율곡 계획은 자주국방 준비의 시작이었다. 그때 미국은 냉전 종식에 따라 해외 주둔 미군을 점진적으로 줄이는 ‘넌-워너 수정안’을 채택했고, 한반도 방위는 한국이 맡으라는 ‘한국 방위의 한국화’란 개념도 만들었다. 노태우 정부의 작전권 환수는 전시·평시를 구분하지 않았지만, 미국과 절충해 평시 작전권만 김영삼 정부 때인 1994년 돌려받았다. 평소에는 한국의 지휘체계로 훈련하다 전쟁이 나면 미군이 한국군을 지휘한다? ‘연습 따로 실전 따로’인 셈이다. 자주국방이란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

미국에 작전권 넘긴 지 76년 지나
‘전작권 전환=미군 철수’는 궤변
지휘권 없는 일본엔 왜 주둔하나
정부, 안보 상황 충분히 설명하길

2006년 노무현 정부는 전작권을 2009년 돌려받기로 합의했다. 퇴역 장성 집단, 보수 언론이 들끓었다. 당시 송민순 청와대 안보실장은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이런 사정을 전하며 3년 늦추자고 했다. 해들리는 “한국이 진정 전작권 행사를 원하면 양국 정부가 실행 준비를 끝낼 수 있는 2009년을 선택하기 바란다. 2012년으로 정하면 3년이 무한한 시간으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전작권 전환 시점은 2012년 4월17일로 늦춰졌고, 해들리의 경고는 현실이 됐다. 이명박 정부는 2015년 12월1일로 다시 3년을 미뤘고, 박근혜 정부는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으로 바꿨다. 기약 없는 연기다.

조건에 기반한 전작권 전환? 맞는 말이다. 전작권 전환의 최종 판단 기준은 세 가지다. 한국이 한·미 연합 전력을 주도할 능력이 있느냐, 동맹이 북한 핵에 대처할 능력이 있느냐, 한반도 주변 환경이 한국 주도로 작전권을 행사하기에 적합하냐는 것이다. 한국군의 방위 능력은 미국도 인정한다. 부족한 감시·정찰 자산은 보완하면 된다. 그러나 비대칭 전력인 북한 핵은 상대할 수 없다. 그래서 미국의 핵우산은 크고 넓게 펼쳐져야 한다. 미국이 핵우산을 접겠다는 것은 한반도에서 철수한다는 것이고, 이는 동맹의 파기를 의미한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미국이 ‘한반도 주변 환경’이 여의치 않다고 볼 때다. 이는 정치의 영역이다. 미국이 대립 중인 중국의 위협을 자꾸 부각하면 전작권 전환을 해주기 싫다는 말이 될 것이다. 미국을 설득하는 게 중요하고, 그러려면 한국 정부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

올가을 한·미가 전작권 전환 시기 확정을 위한 논의를 본격화할 것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도 전작권 전환 반대 목소리가 슬금슬금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의 자주국방을 ‘좌파 본색’이라고 한다. 또 전작권이 전환되면 주한미군이 모두 철수할 거라고 전제한다. 지긋지긋한 얘기다.

전작권 전환은 미국이 주도하고 한국이 보조하는 현재 지휘체계의 위치를 바꾸는 일이다. 주한미군이 전작권 때문에 한국에 있는 거라면 미국이 전작권을 행사할 수 없는 일본에 한국의 두 배인 5만5000명을 주둔시키는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주한미군이 미국 안보 전략상 이익이고, 한국을 떠날 경우 뒷감당이 안 될 뿐이다. 차라리 윤석열 같은 자가 군 통수권자가 될 경우 한국이 전작권을 갖고 있는 게 위험하다고 한다면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겠다. 물론 내란을 막는 시민이 ‘제2의 윤석열’ 등장을 용납하지 않고, 미국도 독자적 대북 선제 공격은 반대할 것이다. 정부도 국민들에게 한국의 객관적 안보 상황은 어떤지, 무엇이 부족하고 어떻게 보완할지를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 때도 전환을 위한 준비에 3년이면 된다던 전작권은 아직 한국에 없다. 이재명 정부에서 전작권 전환을 마무리하고 자주국방을 해야 한다는 말도 끝내야 한다.

안홍욱 논설위원

안홍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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