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소식에, 4년 전 우크라이나 전쟁의 시작을 떠올렸다. 외교적 대안이 남아 있는데도 ‘선택한 전쟁(war of choice)’을 시작한 것인가. 앞으로 대만해협은 어떻게 되나.
1991년 소련 붕괴에 대해 여러 분석이 있다. 분명한 것은 내부에서 무너졌다는 것이다. 누적된 경제시스템 약화 속에 유가 하락과 아프가니스탄 전쟁 장기화로 나라 살림이 버티지 못하게 되었다. 중·러는 소련 몰락 과정을 학습하고 교훈으로 삼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및 이란 전쟁은 세계질서의 변화를 보여준다. 규칙·규범에 의한 질서 대신 전쟁을 예방 목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힘의 논리가 자리한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후 자신이 설계했던 제도를 부정한다. 제로섬 세계관과 중국과의 경쟁이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이념과 결합해 관세전쟁과 동맹 약화를 불사한다.
전쟁은 대부분 예상보다 길어진다. 상처는 남고 덧난다. 이란전쟁의 목적과 계획에 대해 설명이 분분하지만, 그 파장에 대해 정리해볼 수는 있겠다.
첫째, 이란전쟁의 수혜 분야이다. 우선 에너지 안보인데, 단기적으로 비중동 화석연료 공급망이고 중장기적으로 원자력, 재생에너지 등 비화석연료다. 호르무즈 해협 같은 수송 관문을 우회하는 파이프라인과 에너지 비축시설이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방산 수요도 늘어날 것이다. 미국의 안보우산 약화와 국가 간 분쟁 증가 때문이다. 미국 리쇼어링과 관련해 반도체, 조선, 전력·에너지, 희소광물 분야도 주목된다. 베네수엘라와 이란의 공통점으로 자원과 중국 요인을 찾을 수 있다. 재생에너지가 중요해질수록 그린 기술에서 앞선 중국의 입지가 강화된다는 점은 역설적이다.
둘째, 전쟁 양상이다. 드론 등 무인 무기체계의 위력은 우크라이나에 이어 이란에서도 확인되었다. 드론은 값비싼 대공 방어망을 소진시키는 비대칭 전력으로도 중요해졌다. AI, 로봇, 전자전 등 신기술이 전투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육해공, 전투부대·기술부대, 정보·작전·군수·통신 등 모든 영역을 연결, 데이터를 통합하고 즉시 판단하는 방식으로 전쟁이 진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북한군이 얻고 있는 전쟁 경험은 우려할 점이다.
셋째, 에너지와 공급망 안보다. 각국은 전략비축 확대, 수입처 및 에너지원 다변화, 파트너십 강화의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국은 내수 이상의 원유를 수입해서 정제한 후 휘발유·디젤, 제트유, 석유화학제품을 수출한다. 석유제품 공급 능력은 중동·호주·미국 등 산유국에도 중요한 협상력이 된다. 에너지원 중 효율이 높고 대외 의존이 낮은 SMR, 수소·암모니아, 핵융합 등 미래기술에 대한 투자가 중요해졌다. 자원부국과의 무역·투자 네트워크, 인접국과의 전력 그리드도 전략적 고려 대상이다.
넷째, 미·중 전략경쟁 속에서 어떻게 입지를 가져갈까. 어느 한편에 서야 하는 선택의 순간을 피할 수 있을까. 세계 경제가 깊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 이번 전쟁으로 다시 확인됐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다보스 포럼에서 주창했고 아세안에서 싱가포르가 앞장서 지지하는 개념이 있다. ‘A World Minus Two’라는 제3의 길이다. 미·중과 함께 세계 경제질서를 만들기는 어려운 현실을 인정한다. 두 강대국을 제외하고 중견국가 중심으로 규칙 기반 시스템을 지켜나가자는 것이다. 12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과 유럽연합(EU)을 연계해 자유무역 블록을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다섯째, 재정정책의 중요성이다. 에너지 쇼크는 물가 상승과 성장 저하를 유발한다. 금리정책에 한계가 커진다. 재정에 여유가 있느냐가 정책 대응력을 좌우한다. 연료·식료품 가격은 아일랜드 시위 사태에서 보듯 정치 이슈가 된다. 위기 대응뿐 아니라 방위력 증강도 재정 부담이다. 우리가 적자국채 발행 없이 추경을 실행할 수 있는 것은 큰 강점이다. 쌓아온 재정건전성과 초과세수를 만든 반도체의 역할이 크다. 한쪽의 지출을 늘리면 다른 쪽은 줄이거나 빚을 내야 한다. 재정과 외환의 비축 준비금은 위기 시 방어 무기가 된다.
남의 전쟁은 나의 상태를 가다듬게 한다. 생존이 걸린 순간에 누군가의 구원을 기다릴 수는 없지 않은가. 개인·기업·정부가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해내야 한다.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것은 없다. 이번 위기도 AI 충격이나 세계질서 변화와 함께 우리에게 기회다. 시대와 상황에 맞게 자신을 바꾸고 준비한다면.
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