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한 달간 반정부 시위·항의 1133건
미국 압박에 최악 에너지 위기
“배고파 쓰레기통 뒤져…참담”
한 쿠바인이 지난 2일(현지시간) 아바나의 한 배급소에서 ‘리브레타’(수첩)로 불리는 배급표를 보여주고 있다. AP연합뉴스
전력난과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는 쿠바에서 지난달 1100건이 넘는 반정부 시위와 불만 표출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스페인어권 매체 인포바에가 입수해 5일(현지시간) 보도한 쿠바갈등관측소(OCC) 월간보고서에 따르면 4월 한 달 쿠바 전역에서 1133건의 시위, 고발, 정권에 대한 불만 표출이 벌어졌다. 거리 집회뿐만 아니라 SNS에 게시된 비판 및 당국 고발 등이 모두 포함된 수치다. 경제 위기와 물자·연료 부족, 이에 따른 식량 가격 상승에 국가의 탄압이 맞물리며 불만 표출이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체제에 대한 저항이 305건(26.9%)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OCC 소속 기자이자 연구원인 롤란도 카르타야는 “4월은 사실상 통행 금지가 시행된 달이었다”며 “미국과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순찰과 탄압이 강화됐고 모든 쿠바인을 정부 편에 서도록 압박하는 정치 캠페인이 벌어졌다”고 했다. 임의 체포, 심문을 비롯한 탄압 사례도 176건으로 집계됐다.
치안과 폭력 사태에 대한 불만 표출 사례는 185건이었다. 지난 3월 85건에서 한 달 만에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치안이 악화한 상황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쿠바에서 성폭력, 가정폭력 등 강력범죄로 최소 41명이 사망했다. 폭행 사건은 전국에서 21건 신고됐다.
단전·단수 등 공공서비스에 대한 불만 표출은 153건이었다. 식량 등 물가 상승을 지적하는 사례는 130건이었다. OCC는 식량 부족과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쿠바인 96.9%가 식량을 구할 수 없게 됐으며, 4명 중 1명은 저녁을 먹지 못한 채 잠자리에 든다고 했다. 카르타야는 “쓰레기통에서 음식을 주워 먹는 이들, 먹을 것을 구걸하기 위해 집마다 문을 두드리는 아이들, 사흘 내내 굶주리는 노인들 등 참담한 장면이 목격된다”고 했다. 의약품 부족 등 공공 보건 관련 항의도 61건으로 집계됐다.
쿠바는 미국이 전방위 압박에 나서면서 역대 최악의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베네수엘라산 원유 공급을 차단한 데 이어, 쿠바와 석유 거래를 하는 국가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쿠바 당국이 에너지난에 따른 비상조치를 시행하면서 학교, 대중교통, 은행 운영 시간이 단축되는 등 도시의 필수 기능이 마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