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0위’ 매장량, 수에즈 운하 거쳐 홍해 이용…정치 불안은 리스크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선박에 대해 사전 신고를 의무화하는 제도를 시행하기로 하자, 산업계에선 사실상 ‘호르무즈 뉴노멀’이 도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유 대체 수입처 확보가 시급해진 상황에서 리비아를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란 국영 프레스TV는 5일(현지시간) 이란 당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가는 선박을 대상으로 ‘사전 통행 허가제’를 도입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이 공식 e메일로 통행 규정과 절차를 안내하면 선박은 이에 맞춰 운항 방식을 조정해야 한다.
호르무즈 해협은 국제법상 공해는 아니지만 공해를 연결하는 국제해협이다. 유엔 해양법 협약(UNCLOS)을 근거로 선박의 통과통항권이 보장돼왔다.
국내 정유·석유화학·해운업계의 고민은 더 깊어졌다. 종전되더라도 이란 당국의 협조 없이는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어려워진 데다, 최근 화재 사고를 당한 HMM의 벌크선 ‘나무호’처럼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이 과거처럼 돌아갈 수는 없게 됐다”며 “이제는 ‘호르무즈 뉴노멀’ 시대에 맞춘 수입과 운송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유업계 설명과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지중해 연안의 북아프리카 리비아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아니라 수에즈 운하를 거쳐 홍해를 이용할 수 있으면서, 아프리카 최대 규모의 석유 매장량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리비아 석유 매장량은 세계 10위인 480억배럴 규모로 추정된다.
친미 성향의 매체 알후라는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되면서 리비아가 세계 에너지 안보의 잠재적 구원자로 주목받고 있다”며 “지리적 이점과 막대한 석유 자원을 바탕으로 대체 공급처 역할을 하기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이집트는 3월부터 매달 100만배럴의 원유를 리비아에서 수입하겠다고 밝혔다.
리비아의 정치 상황이 다소 나아졌다는 점도 호재다. 리비아는 지난 2월 2011년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 붕괴 이후 처음으로 이탈리아·스페인·튀르키예 기업에 석유 탐사권을 줬다.
중국도 2014년 폐쇄했던 리비아 주재 대사관을 지난해 11월 재개관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리비아 정유공장 건설 등 재건 사업에 뛰어들기 위한 행보라고 분석했다.
한국은 중동 사태 이후 리비아 원유를 들여오기 시작했다. 한국무역협회 자료를 보면 2020~2025년 리비아 원유 수입 기록은 없다. 2017년 원유 133만5180t을 수입할 만큼 활발한 교류가 있었지만, 리비아의 정치 혼란 탓에 2020년부턴 수입이 완전히 끊겼다. 하지만 올해 들어 3월까지 원유 6만400t을 수입했다.
다만 불안한 정치 상황과 오랜 내전으로 정유시설이 수년간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못했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