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헌법에서 조국 통일 조항을 삭제하고 영토를 한반도 북측 지역으로 규정한 조항을 신설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선언한 적대적 두 국가론을 최고법에 반영한 것이다.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통일부 기자단 대상 간담회에서 공개된 북한의 새 헌법 전문을 보면, 두 국가 관계 선언 전 헌법(2023년 9월 개정)에 있었던 남북 동족 관계 개념과 통일 목표가 삭제됐다. 북한은 지난 3월 최고인민회의 제15기 1차 회의를 열고 헌법을 개정했다.
북한은 기존 헌법 9조에 있던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원칙에서 조국 통일을 실현하기 위해 투쟁한다”는 내용을 삭제했다.
남한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들의 영역을 규정하는 북반부 표현도 뺐다.
대신 영토 조항을 신설했다. 북한은 헌법 2조에 “북쪽으로 중화인민공화국과 러시아 연방, 남쪽으로 대한민국과 접하고 있는 영토와 그에 기초하여 설정된 영해와 영공을 포함한다”고 규정했다.
다만 김 위원장이 헌법에 담겠다고 했던 한국을 적대국으로 선언하는 조항은 없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이정철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적대적 관계, 교전국 관계 성격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남북 평화공존으로 가는 하나의 인프라가 마련될 수 있겠다는 희망적 판단을 해볼 수 있는 헌법안”이라고 평가했다.
“영토는 한반도 북쪽”…적대적 두 국가 기조 반영
김정은 국무위원장 ‘국가수반’ 정의…핵무력 지휘권 첫 명시
반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석좌교수는 “국제적으로 타국을 적대국으로 규정한 입법례가 없어 우리를 적대국으로 입법화한다면 국제적으로도 외면당할 것 같은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면서 “적대적인 부분은 제도화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정책적이며 교육·교양의 영역”이라고 했다.
국무위원장의 권한·위상은 대폭 강화돼 김 위원장의 유일 지배 체제를 공고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국가기관 배열 순서에서 국무위원장이 가장 먼저 등장하고, 국무위원장을 기존 최고영도자에서 국가수반으로 새롭게 정의했다.
또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의장과 내각 총리를 임명·해임할 수 있도록 하고, 최고인민회의 대의원(국회의원 격)을 해임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헌법에 있던 최고인민회의의 국무위원장 소환권을 삭제해 명목상 견제 기능마저 없애면서 국무위원장의 헌법상 책임 조항을 뺐다.
국무위원장의 독점적 핵무력 지휘권을 명시하고, 지휘권을 국가핵무력지휘기구에 위임할 수 있는 근거 조항도 신설했다. 또 헌법 서문에서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업적 내용을 통째로 삭제하고 김 위원장의 통치 이념인 인민대중제일주의를 명시하며 선대 지우기에도 나섰다.
헌법 조문을 다른 나라와 유사하게 1조 국호, 2조 영토, 3조 공민 순으로 배치하고 헌법 명칭에서 사회주의를 뺀 것은 정상국가를 표방하는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헌법상 사회의 특별한 보호를 받는 대상에 해외 군사작전 참전 열사의 유가족을 추가했는데,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사자 예우를 명기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