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한국 개의 계통과 유전자 혼합 모식도. ChatGPT 5.3 기반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국가유산청 제공
기원전 3세기부터 6세기 무렵까지 고대 한반도에 살았던 개의 유전 정보가 국내 최초로 밝혀졌다. 오늘날 한국 개의 형성 과정을 추적할 단서가 마련됐다.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는 사적 ‘사천 늑도 유적’과 ‘김해 봉황동 유적’에서 출토된 개 4마리의 전장유전체를 국내 최초로 해독했다고 7일 밝혔다. 전장 유전체는 생물의 DNA 전체 유전 정보를 일컫는다. DNA를 대량으로 동시에 읽어내는 최신 분석 기술인 ‘차세대 염기서열분석법’을 통해 정보 복원에 성공했다.
연구에 참여한 한일 공동 연구진은 사천 늑도 유적에서 출토된 개 3마리와 김해 봉황동 유적 출토 개 1마리 등 4마리의 치아에서 유전 정보를 채취해 분석했다. 사천 늑도 유적은 고대 국가 초기 단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기원전 3세기에서 기원 전후 시기 유적으로 본다. 해상 무역으로 번성했던 가야의 흔적이 남은 김해 봉황동 일대는 4~6세기 유적이다.
분석 결과, 이들 개는 호주의 ‘딩고’, 뉴기니 ‘싱잉독’과 유전적으로 가까운 특징을 나타냈지만, 완전히 같은 집단은 아니었다. 딩고는 오스트레일리아에 서식하는 야생화된 개이며, 뉴기니 싱잉독은 뉴기니섬의 고산지대에 서식하는 개로 늑대와 같은 독특한 울음소리를 낸다. 이들은 초기 동부 유라시아 개의 유전적 특징이 많이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소는 “고대와 오늘날의 개 116마리의 유전 정보 분석에서 한반도의 고대 개는 딩고·뉴기니 싱잉독과 떨어진 별도 그룹을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한반도 고대 개만의 독자적인 계통이 오래전부터 존재했을 가능성이 확인된 것이다. 지금까지 하나로 여겨졌던 동아시아 개 집단이 실제로는 여러 계통으로 분화되어 있었음을 시사하는 결과다.
또한 한반도 고대 개의 DNA에는 동부 유라시아뿐만 아니라 유럽 등 서부 유라시아 개에서 유래한 유전자도 함께 확인됐다. 현대에 가까운 개체일수록 서부 유라시아 유전자 비중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는데, 오래전부터 동서 지역의 개들이 서로 섞이며 유전자를 주고받아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구소는 “한국의 진돗개, 동경이, 삽살개 같은 토종견은 서부 유라시아 개에서 유래한 유전자 비율이 비교적 높은데, 오늘날 한국 개의 모습이 다양한 지역의 개들이 오랜 기간 섞이면서 형성된 결과임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고대 한국 개와 다른 개들 과의 관계: 고대·현대 개 116마리에 대한 주성분분석 결과. 국가유산청 제공
아울러 고대 한국 개는 늑대 집단과도 유전적 교류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반도 고대 개는 일본늑대 관련 DNA를 7~9% 가지고 있었다. 일본늑대는 일본의 혼슈·규슈·시코쿠에 분포했던 늑대 아종으로, 늑대 아종 중 가장 작은 체구를 지녔다. 연구소는 “개가 가축화된 이후에도 늑대와 완전히 분리되지 않고 서로 지속적인 영향을 주고받아왔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한반도에 살았던 고대 개의 유전 정보를 풀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를 기반으로 신석기시대 개 유전체 자료를 추가로 확보해, 한반도에 서식했던 개의 진화 과정을 보다 정밀하게 규명할 계획이다.
공동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게재됐다. 논문 게재 주소 : https://journals.plos.org/plosone/article?id=10.1371/journal.pone.03468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