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아진 혈관에 스텐트를 삽입해 넓히는 모습을 표현한 모식도. 게티이미지
심장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지면 스텐트를 삽입해 혈관을 넓혀 치료한다. 시술 후엔 혈관이 다시 막히지 않게 항혈소판제를 평생 복용하는데, 수십년간 세계적인 표준 치료로 자리 잡은 아스피린 복용보다 클로피도그렐 사용이 더 안전하다는 점을 규명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 김효수 교수, 순환기내과 강지훈·양한모·박경우 교수, 보라매병원 박성준 교수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의 연구를 의학계 최고 권위지인 ‘랜싯(The Lancet)’에 발표했다고 7일 밝혔다.
연구진은 2014~2018년 전국 37개 의료기관에서 스텐트 삽입술 후 이중 항혈소판제 요법을 유지하며 6~18개월간 재발 없이 상태가 안정된 환자 5438명을 아스피린·클로피도그렐 복용군으로 무작위로 나눠 10년간 추적 관찰했다.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지는 허혈성 심장질환 치료를 위해 스텐트를 삽입해 혈관을 넓히는 시술을 시행하면 환자는 혈관이 다시 막히는 재발 위험을 낮추기 위해 항혈소판제를 평생 복용해야 한다. 보통 시술 직후에는 아스피린·클로피도그렐을 함께 쓰지만 상태가 안정되면 이후부턴 한 가지 약만 복용한다.
그동안 국제 진료지침은 이 단일 항혈소판제로 아스피린을 우선 권고해 왔으나 최근 클로피도그렐이 더 나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면서 연구진은 명확한 임상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두 약제의 장기적 효과를 추적 관찰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초기 무작위 배정된 환자 전원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 클로피도그렐이 아스피린보다 더 낫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사망·심근경색·뇌졸중 등을 포함한 전체 임상 사건 발생률은 클로피도그렐 복용군(25.4%)이 아스피린 복용군(28.5%)보다 더 낮았고, 결과적으로 클로피도그렐이 아스피린보다 전체 임상 사건의 발생 위험을 14%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혈전 재발률 및 출혈 발생률도 클로피도그렐군이 더 낮았다. 전체 사망률은 두 복용군 간에 차이가 없었다.
특히 위장 장애나 가벼운 출혈 등으로 약을 중단한 비율은 아스피린 복용군이 더 높았다. 이렇게 복용을 중단한 경우를 제외하고 10년 내내 처방대로 약을 끝까지 잘 복용한 환자 4179명을 대상으로 다시 한번 비교 분석했을 때도 클로피도그렐 복용이 아스피린보다 전체 임상 사건 발생 위험을 24% 감소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아스피린 대신 클로피도그렐을 10년간 투여할 경우 환자 17명당 1명꼴로 전체 임상 사건을 추가로 막을 수 있는 효과가 있음을 뜻한다.
연구진은 10년 장기 추적 결과를 바탕으로 스텐트 시술 후 항혈소판제를 한 종류만 먹는 환자들은 아스피린 대신 클로피도그렐을 복용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김효수 교수는 “이번 연구는 스텐트 시술 환자가 평생 복용할 단일 항혈소판제의 우열을 10년간 비교한 최초의 대규모 무작위 배정 연구로, 앞으로도 대체하기 힘든 독보적인 임상 데이터가 될 것”이라며 “클로피도그렐이 전체 임상 사건은 물론 혈전 및 출혈 발생 위험까지 낮추며 아스피린보다 더 우월하다는 것을 증명한 만큼 조만간 세계 치료지침이 개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