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오후 전남 순천의 한 병원에서 B씨(61)가 지게차 사고로 두 달 넘게 의식불명 상태인 남편 A씨(64) 얼굴을 만지고 있다. 고귀한 기자
“살아만 있어 줘. 우리 가족은 걱정하지 말고. 어떻게든 버텨볼 테니까.”
전남 순천의 한 병원. 지난달 26일 목과 코에 호스를 꽂은 남편 A씨(64) 얼굴을 아내 B씨(61)가 만지며 말했다. A씨는 두 달 전 택배 분류 작업을 하다 머리를 크게 다쳐 현재까지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7일 전국택배노동조합 등 설명을 종합하면, A씨는 3월7일 오전 9시30~35분쯤 여수 CJ대한통운 상암터미널에서 사고를 당했다. 지게차 기사가 A씨를 보지 못한 채 롤테이너(분류된 배송물품을 택배기사에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철제 운반함)를 들어 올리면서, A씨가 뒤로 넘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119 신고는 10~15분이 지난 오전 9시45분쯤 접수됐다. 머리를 바닥에 부딪힌 A씨는 사고 발생 5시간이 지난 오후 2시쯤에서야 4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았다.
B씨는 사고 당시 회사 측 대처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B씨가 확인한 폐쇄회로(CC)TV에는 A씨가 쓰러진 뒤에도 한동안 지게차 운전 직원이 사고를 인지하지 못한 채 작업이 이어지는 장면이 담겼다. 구급차량으로 병원에 옮겨지는 동안 A씨 곁을 지킨 동행자도 없었다. 사고를 낸 지게차 운전자는 바로 작업에 투입됐다.
부부는 지난 10여년간 각자 차량을 가지고 함께 택배를 해왔다. B씨가 올해 26년째, A씨는 2014년부터 매일 이 터미널을 오가며 택배로 생계를 이어왔다. 택배 기사는 개인사업자 형태의 특수고용 노동자인 탓에 B씨는 남편이 쓰러진 지 나흘 만에 다시 택배 업무를 시작했다.
B씨는 “남편이 실려 나간 자리에 차를 대고 물건을 실을 때면 숨이 막힌다”면서 “일하는 중에도 병원에서 연락이 올까 두렵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 측은 사과조차 사고 발생 한 달 후 관계자를 통해 전한 게 전부였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번 사고를 택배 물류 터미널의 구조적 문제 탓이라고 지적한다. 해당 터미널의 경우 매일 150여 대 택배 차량이 수시로 오가지만, 접안 가능 구역은 57대에 불과할 정도로 협소했다. 택배 차량과 지게차, 손수레가 뒤엉키면서 사고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 등은 “CJ대한통운은 터미널 소유 주체인 만큼 산업안전을 포함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재해노동자와 가족에게 진정성 있게 사과하고 치료비를 포함한 비용 부담과 터미널 개선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밝혔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를 향해서도 “CJ대한통운 위법 여부를 포함해 사고 전반을 강도 높게 수사·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택배기사와 가족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다만 사고는 지게차로 운반 중이던 롤테이너에 재해자가 매달렸다가 추락하면서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계기관 조사 결과에 따라 책임 있는 자세로 필요한 조치에 임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안전관리체계 점검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