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9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미군 기지에서 이란군 공격으로 손상을 입은 미 군용기. AFP연합뉴스
이란 공격을 받은 중동 내 미군기지가 애초 알려졌던 것보다 훨씬 큰 피해를 봤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군이 이란의 타격 능력을 과소평가했으며 현대 무인기(드론) 전투 양상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 결과로 해석된다.
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2월28일 전쟁 발발 이후 4월14일까지 위성 이미지 120여개를 분석한 결과 중동 지역 15개 미군기지에서 최소 288개 군사 자산이 손상되거나 파괴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파괴 규모는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했거나 이전에 보도된 것보다 훨씬 더 크다고 전했다.
공격을 받은 주요 시설에는 카타르 알우데이드 공군기지의 위성통신 시설, 바레인 리파 및 이사 공군기지와 쿠웨이트 알리 알살렘 공군기지에 있는 패트리엇 미사일 방어 장비 등이 포함됐다. 요르단에 배치된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사드) 레이더와 사우디아라비아 공군 기지의 미군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 E-3 센트리 등 주요 군사 자산의 파괴 현황도 이번 분석에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피해 현황을 두고 이란이 정밀 타격에 성공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마크 캐시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고문은 “이란의 공격은 정밀했다. (목표물에서) 빗나간 흔적을 보여주는 무작위적 폭격 구덩이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켈리 그리코 선임연구원은 미군이 이란의 표적 정보·설정 능력을 과소평가했다고 분석했다. 이란이 이번 전쟁에서 미군 자산을 예상보다 정확하게 겨냥한 배경에는 러시아의 정보 제공 등 지원이 있었다는 보도가 여러 차례 나온 바 있다.
미군이 드론전에 적절하게 대비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러·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이란제 드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점을 고려하면 미군이 교훈을 얻었어야 했다는 것이다. 데커 이블레스 해군분석센터 연구분석관은 “드론은 (탄약) 탑재량이 적어 큰 피해를 주지 못한 때도 있지만, 요격이 더 어렵고 정확도가 훨씬 높아 미군에 더 큰 위협이 된다”고 말했다. 그 밖에도 주요 거점 시설이 방어가 취약한 상태로 방치됐다는 점, 지난해 6월 이란과의 ‘12일 전쟁’ 이후 미국과 이스라엘의 요격 미사일 재고량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점도 피해를 키운 요인으로 꼽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란의 공격으로 미군의 대이란 군사 작전 수행 능력이 크게 제한되지는 않았을 것으로 봤다. 일부 피해는 미국의 기만 작전이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전략 가치가 높은 장비 보존을 위해 이란 미사일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목표물을 타격할 경우 공격을 감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부 미군 기지는 전쟁 초기에 병력 대부분을 이란의 사정권 밖으로 이동시킨 만큼, 그 이후에 발생한 피해도 상당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중동 지역을 관할하는 미군 중부사령부 대변인은 WP 분석 결과에 즉답을 피하면서도 미군 기지 피해에 대한 평가는 복잡하며, 경우에 따라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분쟁 종료 후 이란의 공격에 대해 더 자세한 설명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