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7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두 불참한 가운데 헌법 개정안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박민규 기자
제10차 헌법 개정안이 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국민의힘이 표결에 불참하면서 현 재적의원(286석)의 3분의 2(191석) 이상인 의결정족수가 미달해 투표 자체가 아예 성립되지 않았다. 국회는 8일 본회의에서 개헌안 표결을 재시도할 예정이지만 국민의힘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1987년 이후 39년 만의 개헌은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 헌법이 1987년 이후의 시대 변화를 담아낼 수 없는 ‘낡은 옷’이라는 점에 국민 대다수가 동의한다. 여야 모두 지난 대선 때 개헌을 공약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개헌안엔 권력구조 등 논쟁적 사안은 제외하고 정치권과 국민 모두 동의할 최소 수준의 내용만 담았다. 개헌 물꼬를 우선 트고 점진적·단계적으로 개헌하자는 취지였다. 부마민주항쟁과 5·18민주화운동 정신 계승, 국가의 균형발전 의무 명문화도 그런 일환이었다. 윤석열의 위헌적 내란이 다시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대통령의 계엄 선포 시 국회 승인을 받고, 국회 계엄 해제 의결 즉시 효력이 발생토록 하는 등 국회의 계엄통제권을 강화했다.
이번 개헌안에는 국민의힘을 제외한 여야 6개 정당의 소속 의원 모두가 발의에 참여했다. 지난 2월 국회사무처 여론조사에서 68.3%가 개헌에 찬성한 데서 보듯 국민적 공감대가 무르익었다. 개헌 국민투표를 6·3 지방선거와 병행하는 장점도 있었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더없이 좋은 개헌 기회를 걷어찼다.
국민의힘의 개헌 반대 논리는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개헌을 여당의 지방선거용 졸속 이벤트라며 논의 자체에 불참하더니 ‘이재명 독재 연장을 위한 빌드업’이라는 궤변을 들고나왔다. 한술 더 떠 장동혁 대표는 “개헌을 하려면 먼저 이재명이 연임 불가를 선언해야 한다”고 했다. 개헌안에는 권력구조 개편 자체가 없는데 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개헌안의 ‘국회의 계엄통제권 강화’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인가. ‘내란 단절’ 의지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은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
개헌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과 국민투표 과반 동의가 필요한 만큼, 대통령과 여야가 의견을 모아야 하는 고난도 정치적 과정이다. 그런 면에서 민주당이 개헌에 소극적인 국민의힘을 설득하기 위해 열의를 보이지 않은 점은 지적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표결 보이콧 후 성명에서 “22대 국회 후반기에 개헌특위를 구성해 권력구조 개편까지 포괄하는 개헌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후반기 국회에서는 반드시 그 약속을 지키기 바란다. 아무쪼록 2028년 총선에서 개헌 국민투표가 병행될 수 있도록 정치권이 초당적 협력을 할 것을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