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병근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 교수 제공
“대부분 국가에서 민주주의 후퇴는 행정부 수장이 권한이 모호한 지점을 왔다 갔다 하며 일어난다. 조작기소 특검법도 삼권분립을 위협할 수 있는 경계선에 있다.”
지병근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7일 인터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윤석열 정권 조작기소 특검법에 대해 “입법안은 보편성의 원리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추진돼야 한다”며 “이번 특검법으로 선례가 생기면 앞으로도 특정인만을 위해 추진되는 법안을 반대 진영에서 되풀이하는 관행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 교수는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한국선거학회 회장, 한국지방정치학회 회장 등을 지낸 정치학자다. 진보 성향 연구자 단체인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 협의회’ 소속이다.
-특검법에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를 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됐다.
“부당한 기소가 있었다면 바로잡으려는 시도가 필요하다는 점은 공감한다. 하지만 특검법은 두 가지 지점에서 문제가 있다. 먼저 대통령 관련 재판이 잠시 멈춰진 상황에서 대통령이 임명한 특검을 통한 공소취소 방식은 사법부 권한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 전례 없는 법이란 점도 문제다. 특검법은 통상 야당의 요구로 제안됐고, 대통령 등 거대 권력을 조사하기 위해서 활용됐다. 이번 특검법에 포함된 사건 12개 중 이 대통령 사건이 8개나 된다. 특정인을 염두에 둔 법이라는 국민의 의구심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국민 정서를 생각해서라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 이번 법안이 선례가 되면 어떤 부작용이 있나
“선례는 관행을 만든다. 대통령 사건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특검 법안을 여당이 상정하는 것은 유례가 없다. 권력 구조가 바뀐다면 ‘당신들도 과거에 그랬는데 우리라고 못 하냐’고 할 우려가 있다.”
- 여당이 특검법을 서두른 이유는 무엇일까.
“과잉 분노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 대통령을 타깃으로 한 수사가 과도했다는 분노가 있었고 또 12·3 불법계엄을 겪으면서 국회의원들이 국민보다 더 큰 충격을 받고 야당에 대한 정치적 적대감을 형성한 것 같다. 비상계엄을 선포하거나 관여했던 사람들에 대한 분노는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분노가 절제되지 않으면 극단적 태도를 낳을 수 있다. 또 그 분노가 지나쳐서 헌정 체제와 조응하지 못하는 입법안을 추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분노를 다스리면서 개선점을 찾아가려는 숙의가 필요한데, 그런 노력보다는 극단적 처벌 등 단기간 내 성과를 내려는 시도로 나아갈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 여당 내부에서는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기류도 있었던 것 같다.
“민주당이 이대로 가도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 과도하게 낙관했다고 본다. 오히려 이번 특검법 발의로 국민의힘 손에 민주당이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는 칼을 쥐여준 것으로 생각한다. 민주당이 ‘이재명 대통령 구하기’에 국한된 개혁을 추진하는 것처럼 보이면, 시민들은 민주당이 추진하려는 다른 개혁 입법까지 본인들의 기득권을 확대하기 위해 공세를 펼치고 있다고 인식할 가능성이 있다.”
지병근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 교수 제공
-청와대는 민주당에 국민 의견 수렴을 주문했고, 민주당은 지방선거 이후로 논의를 미뤘다.
“청와대에서는 특검법 처리를 미루자는 취지로 입장을 낼 것이 아니라, 특검법을 만드는 과정부터 내용까지 전면적 재검토를 해달라는 입장을 냈어야 한다. 국민 의견 수렴을 1차적으로 했어야 할 민주당이 청와대 입장 이후에야 당원 의견을 묻겠다고 한 것도 아쉽다.”
-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민주주의가 회복되고 있다고 보나.
“이재명 정부는 민주주의 회복을 사명으로 출범했다. 스웨덴 예테보리대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에서는 자유, 평등, 숙의, 참여 등 요소를 고루 고려해 민주주의를 평가한다. 이번 특검법 발의 과정에서는 숙의와 설득의 과정이 없었다. 세계적으로 민주주의의 후퇴는 행정부 수장의 권한으로 입법부·사법부의 권한을 제한하면서 나타났다. 최근 청와대와 민주당의 관계가 수직적 경향을 보이는 점도 이런 점에서 우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