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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군의 어머니

입력 2026.05.07 18:42

수정 2026.05.07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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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27일 전남도청을 진압한 계엄군이 탱크를 앞세워 광주시내로 진입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1980년 5월27일 전남도청을 진압한 계엄군이 탱크를 앞세워 광주시내로 진입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5·18민주화운동 당시 민주시민투쟁위원회 대변인 윤상원은 1980년 5월26일 오후 5시 전남도청 2층에서 외신기자들 앞에 섰다. 그는 불과 몇시간 뒤 닥칠 자신의 죽음을 예감이라도 한 듯 “우리는 오늘 패배할 것이다. 그러나 내일의 역사는 우리를 승리자로 만들 것이다”라고 했다. 끝까지 도청을 떠나지 않았던 윤상원은 다음날 새벽 계엄군의 총탄에 쓰러졌다. 전두환 신군부의 5·17 계엄에 맞서 열흘간 전개된 광주민주화운동은 그의 죽음으로 막을 내렸다.

그로부터 46년이 흐른 7일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부근 4층 건물 외벽 전체에 어깨에 총을 메고 마이크를 쥔 윤상원의 대형 벽화가 등장했다. 시민들의 성금으로 벽화 작업을 추진한 민중미술가 이상호 작가는 이날 제막식에서 “원래 있던 존 레넌의 낡은 벽화를 교체한 자리에 광주가 가장 사랑하고 기억해야 할 인물을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윤상원 열사의 구순 노모에게 제막식은 각별한 자리였다. 때마침 44년간 보관해온 솜이불 속에서 윤상원의 태권도 단증, 졸업장, 초등학교 통신문 등 유품이 발견됐던 것이다. 솜이불은 1982년 아들 윤상원과 들불야학 동지였던 박기순의 영혼결혼식 혼수품이었다. 이불 속엔 문병란 시인이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하며 쓴 ‘부활의 노래’ 초고도 들어 있었다. 유품을 기증받은 윤상원기념관 측은 “유물 뭉치들이 두꺼운 솜이불 속에 꽁꽁 싸매져 가족들도 그 긴 세월 동안 몰랐을 정도였다”고 했다. 이불엔 서슬 퍼런 군부독재하에서 아들의 흔적을 들킬세라 숨죽였을 어머니의 눈물, 먼저 간 아들에 대한 그리움이 짙게 배어 있었을 것이다. 어머니에게 시민군 대변인으로 활약하던 아들의 모습을 살려낸 벽화는 광주시민들이 안긴 어버이날 선물이나 다름없다.

윤상원은 5월 광주의 진실을 마지막까지 알리기 위해 마이크를 쥐었다. 그의 외침이 금남로에 되살아난 이날, 공교롭게도 국민의힘은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자는 개헌안을 보이콧했다. 아들이 지핀 민주화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으려 애쓴 어머니의 세월을 국민의힘은 부정하고픈 걸까. 올해도 오월 어머니들을 위로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5월이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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