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성과급 논란은, 노조의 성과급 상한 폐지 요구에 주주들이 반발하고, 정부가 산업부 장관, 대통령 발언으로 사측 입장을 거들며 노조에 불리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노조가 말하는 성과급 액수가 보통 사람들의 정서와 동떨어져 있고, 협력업체 노동자에 대한 연대의식이 희박하다는 점에 문제가 있지만, 보상 체계의 투명성 제고는 어떤 노조든 제기할 수 있는 문제이다.
주목할 점은 이번 논란에서 사측 목소리는 거의 나오지 않은 것이다. 과거 초과이익 환수 논의에 삼성 총수였던 이건희가 ‘공산주의적’이라고 비판했던 것과 다르다. 그것은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미래세대를 위해 노조가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앞장서서 내는 것은 정부와 언론, 시민들이다. 그것은 어느새 정부도, 언론도, 시민도 자본가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된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현대자동차의 생산 로봇 아틀라스 도입 계획에 노조가 반발하자 시민들이 거의 일방적으로 노조를 나무란 것이라든지, 전쟁터에서 생명이 죽어가도 사람들이 무기생산업체 주가에 더 관심을 보인 모습에서 확연해졌다.
반도체 성장을 지탱해온 인프라
노조 비판 구실로만 활용하지 말고
인프라 폭력에 희생되는 지방 봐야
내가 싫은 것 다른 곳에도 안 보내야
일부 업종 호황에 코스피 7000을 구가하는 한국 사회는 이제 사회학자 김동춘이 말한 ‘기업국가’를 넘어 ‘초기업국가’로 가고 있는 것 아닌가 한다. 그 결과 부의 불평등은 과거와 차원이 다르게 커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별다른 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 이명박 정부나 문재인 정부만 해도 대기업의 초과이익을 놓고 동반성장이나 협력이익 공유를 얘기하며 뭔가 해보려고 했다. 더 큰 초과이익이 발생하고 있지만, 정부가 법인세 과표 구간을 추가해 증세를 한다든지, 협력업체 고용의 질을 더 높이도록 하는 방안을 놓고 대화를 주도하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오직 ‘AI 전환’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국가와 사회의 명운이 걸렸다고 보는 것 같다.
그 와중에 시야에서 가려지는 문제가 있다. 지난해부터 전 국토에서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 계획이 주민들 의사와 무관하게 진행되고 있다. 공익법률센터 농본에 따르면 전국에서 추진되는 초고압 송전선로는 99건, 3855㎞에 달한다. 이 모든 송전선로가 향하는 곳은 삼성 반도체 공장이 들어설 용인 국가산단과 데이터센터들이 있는 수도권이다.
삼성전자는 용인 산단 이전에 이미 국가 인프라의 혜택을 누려왔다. 이번 성과급 논란과 관련해 정부와 언론은, 삼성전자가 구성원만의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며 ‘국민의 암묵적 동의와 희생’ ‘수많은 인프라와 지역사회의 희생’ ‘국가 차원의 인프라’를 거론했다. 하지만 인프라는 노조를 타박하기 위한 소재로 쓰였을 뿐이다. 그 인프라를 만드는 과정에 짓밟히는 존재들에는 철저히 침묵하고 있다.
초고압 송전선로는 해당 주민들에겐 그야말로 날벼락이다.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되고, 그곳을 떠나야 한다. 국가가 최적경과대역이라며 결정해 내려보낸 뒤에야 지역 사람들이 알게 되는데, 그때는 주민들에게 선택권이 없다. 자신의 마을로 지나가지 않도록 하는 게 최선인 싸움이 된다.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지역민들이 가장 비민주적이고 불합리하다고 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지난 4월9일 전남 화순~곡성 154㎸ 송전선로 건설사업 입지선정위원회 9차 회의에서 보기 드문 일이 벌어졌다. 주민들이 포함된 입지선정위원들이 한전이 제시한 선로안 2개를 놓고 투표하기에 앞서 이것이 과연 입지선정위 투표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인지를 놓고 투표 자체를 하지 않기로 결정함으로써 위원회 자체를 무산시킨 것이다. 당시 회의를 참관한 한 주민의 말이다. “우리는 이 선로가 확정되면 오히려 들불처럼 더 격렬하게 싸울 겁니다. 더 저항할 겁니다. 그런데 우리 적이, 우리가 싸울 대상이 우리랑 같이 농사짓고, 내 바로 옆의 친구 아버지이고, 장인인데, 이런 분들하고 싸우기 싫습니다.”
어딜 가나 ‘돈, 돈’ 하고, ‘남의 이익이 곧 나의 손해’라고 하는 이 시대에 희망을 걸어야 하는 것은 “우리 마을이 싫은 거 다른 마을로도 보내기 싫은 마음”일 것이다.
손제민 정치·국제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