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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사이로 손 넣자 팔꿈치까지 쑥”…울진 송전탑 공사장 곳곳 ‘1m 균열’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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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지난 4일 경북 울진군 북면 하당리에 건설 중인 송전탑 아래에서 송재순 산림기술사가 무릎을 꿇고 경사면 바닥에 바짝 엎드렸다.

울진 북면 일대 10기 이상의 송전탑 부지에서 균열과 토사가 흘러내린 흔적이 확인됐다.

특히 21~26호기 구간은 계곡 유수 경로가 하류 마을과 직선으로 형성돼 있어 상부 송전탑 부지에서 붕괴가 발생하면 토석류가 마을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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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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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사이로 손 넣자 팔꿈치까지 쑥”…울진 송전탑 공사장 곳곳 ‘1m 균열’ 경고

입력 2026.05.08 06:01

수정 2026.05.08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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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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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울 원전 전력 수도권 수송용 송전탑

경북 울진군 건설현장서 ‘부실 작업’ 다수

산불로 약해진 지반 위 성토 제대로 안돼

일대 10기 이상 부지서 균열·토사 흘러

“지반 안전 취약, 산사태가 마을 덮칠수도”

경북 울진군 북면 하당리에 건설 중인 송전탑(21호기) 아래에서 지난 4일 송재순 산림기술사(이학박사)가 성토사면(흙을 쌓아 만든 경사면)에 발생한 균열 깊이를 확인하고 있다. 김현수 기자

경북 울진군 북면 하당리에 건설 중인 송전탑(21호기) 아래에서 지난 4일 송재순 산림기술사(이학박사)가 성토사면(흙을 쌓아 만든 경사면)에 발생한 균열 깊이를 확인하고 있다. 김현수 기자

“크랙(균열) 깊이가 1m가 넘어요. 장담하건데 이 상태로 장마철이 오면 대형사고가 터질 겁니다.”

지난 4일 경북 울진군 북면 하당리에 건설 중인 송전탑(21호기) 아래에서 송재순 산림기술사가 무릎을 꿇고 경사면 바닥에 바짝 엎드렸다. 그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은 식생매트(침식 방지용 그물망) 아래로 벌어진 균열이었다. 10m가 넘게 이어진 틈 사이로 손을 집어넣자 팔꿈치까지 쉽게 잠겼다.

송 기술사는 “비가 오면 균열 사이로 물이 침투해 결국 지반을 밀어내게 된다”며 “균열이 간 면적을 보면 300~400㎥ 정도 되는데, 이 토사가 쏟아지면 벌방리 산사태의 3~4배 규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3년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에서는 산사태로 2명이 실종됐다. 당시 집중호우로 경북 전역에서 25명이 숨졌다.

22호기 송전탑도 다르지 않았다. 비탈면을 따라 흙과 씨앗을 섞어 만든 식생토낭이 층층이 쌓여 있었지만, 곳곳에 균열이 가 있었고 일부는 무너져 내린 흔적도 보였다.

송 기술사는 토압을 분산시키는 ‘지오그리드’ 공법이 적용됐지만, 흙을 단단히 눌러 굳히는 다짐 작업이 부실하게 이뤄진 것으로 진단했다. 그는 발로 사면을 밟아 흙이 부서져 흘러내리는 것을 보여주며 “다짐이 제대로 됐다면 이렇게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송전탑 전방에는 2022년 울진·삼척 산불로 새카맣게 그을린 피해목들이 빽빽하게 있었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산불로 이미 지지력이 약해진 지반 위에 부실한 복구공사까지 더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 위원은 “지난달 29일 확인 당시 2~3㎝였던 균열이 불과 5일 만에 10~15㎝로 벌어졌다. 지반 안전성이 사실상 무너진 것”이라며 “6월 장마가 시작되면 성토부 전체가 한꺼번에 쏟아져 인근 마을을 덮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송전탑은 신한울 원전 1·2호기 등 동해안 발전소 전력을 수도권으로 수송하기 위해 기후에너지환경부·한국전력공사가 2조7000억원을 들여 건설하고 있다. 경기 가평군 신가평 변환소까지 230㎞ 구간에 송전탑 436개가 들어서며, 울진에만 31개가 세워진다. 1단계 공사가 오는 10월 완료되면 2027년 12월까지 하남 변환소를 잇는 2단계 사업(1조9000억원)이 진행될 예정이다.

녹색연합이 조사한 자료를 보면, 산사태 위험은 21·22호기에 국한하지 않는다. 울진 북면 일대 10기 이상의 송전탑 부지에서 균열과 토사가 흘러내린 흔적이 확인됐다. 특히 21~26호기 구간은 계곡 유수 경로가 하류 마을과 직선으로 형성돼 있어 상부 송전탑 부지에서 붕괴가 발생하면 토석류(흙·돌·물이 뒤섞여 빠르게 흘러내리는 현상)가 마을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구조다.

경북 울진군 북면 하당리에 건설 중인 송전탑(22호기) 아래에서 지난 4일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이 성토사면(흙을 쌓아 만든 경사면)에 발생한 균열을 가리키고 있다. 김현수 기자

경북 울진군 북면 하당리에 건설 중인 송전탑(22호기) 아래에서 지난 4일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이 성토사면(흙을 쌓아 만든 경사면)에 발생한 균열을 가리키고 있다. 김현수 기자

환경단체 “공사 중단해야”

인근 관광시설도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울진 구수곡휴양림은 27~31호기 구간 토석류 영향권에 놓여 있다. 서 위원은 “구수곡휴양림은 송전탑의 여러 훼손지가 하나의 계곡으로 모이는 지형적 구조를 갖고 있다”며 “집중호우 시 산사태로 확대돼 휴양림을 덮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경북 울진 송전탑 건설 현장에서 지난 4월 성토사면(흙을 쌓아 만든 경사면)이 무너져 토사가 흘러내리고 있다. 녹색연합 제공

경북 울진 송전탑 건설 현장에서 지난 4월 성토사면(흙을 쌓아 만든 경사면)이 무너져 토사가 흘러내리고 있다. 녹색연합 제공

불법 산림 훼손도 60곳 이상 드러났다. 공사 과정에서 토사가 흘러내리는 흙돌쓸림(토사 유출) 현상 등으로 산림 훼손이 허가된 공사 구역을 벗어난 것이다.

녹색연합은 여름철 우기 전 구수곡휴양림 이용 제한 또는 폐쇄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진행 중인 송전탑 공사도 즉각 중단하고 행정안전부·산림청·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가 참여하는 전면적인 재해 위험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 위원은 “산사태는 발생 이후 대응보다 사전 대비가 중요하다”며 “장마 전에 산사태 대피소를 지정하고 위험 마을 주민 대피 훈련을 한전이 책임지고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전은 토사유실 발생 현장을 긴급 보수해 다음 달까지 복구공사를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합동감시단도 구성해 시공 상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산사태 영향은 산림청 산하 한국산림재난안전기술공단을 통해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전 관계자는 “주민 피해 우려 지역에는 지자체·산림청과 협의해 비상연락체계 구축, 현장순찰조 운영 등 대책을 이달 중 운영할 예정”이라며 “정부 및 관계기관과 협의해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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