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다. 정효진 기자
반도체 수출 호조로 지난 3월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54조원을 넘어서며 다시 한번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여행수지는 최근 K팝 인기 등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11년여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2026년 3월 국제수지(잠정)’를 보면, 올해 3월 경상수지는 373억3000만달러(약 54조4000만원) 흑자로 집계됐다. 직전 최고치였던 전월 흑자 규모(231억9000만달러)를 한 달 만에 갈아치웠다. 경상수지 흑자가 300억달러를 돌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1분기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737억8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94억9000만달러)보다 3.8배 불었다. 2000년대 들어 두 번째로 긴 2년11개월 연속 흑자 흐름도 이어갔다.
항목별로 보면, 상품수지 흑자가 350억7000만달러로 역대 가장 많았다.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호조를 이어간 수출이 943억2000만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56.9% 증가했다. 품목별로는 통관 기준 반도체(149.8%)와 정보통신기기(112.7%), 석유제품(69.2%)이 급증했다. 반면 자동차부품(-5.3%)과 기계류·정밀기기(-0.2%)는 뒷걸음질 쳤다.
김영환 한은 경제통계1국장은 “미국·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영향은 3월에 크게 없었지만 4월에는 상품 수입과 수출 쪽에서 조금 나타나고 있다”며 “다만 전체적인 흐름을 흔들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동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장기적으로 지속된다면 연간 경상수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 같은데 반도체 수출 흐름과 전쟁 전개 양상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수입(592억4000만달러)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4% 증가했다. 석탄(21.6%), 화학공업제품(20.5%) 등을 중심으로 원자재 수입이 8.5% 증가했으며 자본재 수입(23.6%)도 정보통신기기(51.6%), 수송장비(34.8%), 반도체(34.5%) 증가로 오름세를 이어갔다.
서비스수지는 12억9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여행수지는 봄철 국내 여행 성수기 영향으로 1억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여행수지가 흑자로 전환한 건 2014년 11월(5000만달러) 이후 11년4개월 만이다.
김 국장은 “BTS 공연 등으로 3월 입국자 수가 처음으로 200만명을 넘었다”며 “올해 1분기 입국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어 단발적인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본원소득수지는 35억8000만달러 흑자로 직접·증권투자 배당수입이 늘면서 흑자 규모를 키웠다. 금융계정 순자산은 369억9000만달러 증가했다. 직접투자는 내국인 해외투자가 88억9000만달러 증가하고 외국인 국내 투자가 37억7000달러 늘었다.
증권투자는 내국인 해외투자가 주식을 중심으로 40억달러 증가한 반면 외국인 국내 투자는 주식을 위주로 340억4000만달러 줄었다. 중동지역 리스크와 메모리 수요 위축 우려에 차익 실현 흐름이 더해지면서 외국인의 국내 주식투자 감소 폭도 293억3000만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