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증권사 간부인 B씨가 코스닥 상장사의 주가조작을 위해 사용된 범행자금을 전달받는 모습.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 제공
코스닥 상장사의 주가를 조작해 14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긴 증권사 간부와 전직 축구선수 등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이 자진 신고자의 형벌을 감면하는 제도인 ‘리니언시’를 활용해 시세조종 범죄를 수사한 첫 사례다. 이번 시세조종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인플루언서 양정원씨의 배우자에게는 수사 무마를 대가로 경찰관에게 뇌물을 준 혐의도 적용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8일 코스닥 상장사 주가를 조작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자본시장법·금융실명법 위반)로 시세조종 전문가 A씨와 증권사 부장을 지낸 B씨, 양정원씨 남편 C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공범인 전직 축구선수 등 3명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차명계좌와 차명 휴대전화를 제공한 3명은 약식기소됐다.
현직 증권사 간부 등 일당이 벌인 코스닥 상장사 주가조작 사건 범행구조도.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 제공
검찰에 따르면 자칭 ‘기업사냥 전문가’인 시세조종 전문가 A씨와 현직 증권사 간부 B씨가 2024년 한 코스닥 상장사의 주가를 1900원에서 7000원대 이상으로 조작하고 그 수익을 나눠 가지기로 공모하며 사건은 시작됐다. 검찰 관계자는 A씨에 대해 “본인이 2009년 개봉한 영화 <작전>의 주인공이라고 말하는 등 업계에서 유명한 사람이었다”고 밝혔다.
이후 A씨와 B씨는 C씨를 비롯해 ‘전주’인 전문투자자와 전직 축구선수 등으로부터 시세조종에 쓸 현금 30억원과 차명계좌 등을 받고 지난해 1월부터 본격적인 범행을 벌인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범행 시작 당시 1900원대였던 주가는 이들 일당의 통정·가장매매로 30% 가까이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일당이 2024년 1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시세조종 주문으로 얻은 부당 이익은 최소 14억원에 달달한다고 검찰은 밝혔다. 통정·가정매매 265회, 고가매수주문 1339회 등 시세조종성 주문이 범행에 활용됐고, 이 과정에서 최소 289억원에 이르는 주식거래가 발생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범행은 내부자의 자수로 덜미가 잡혔다. 일당 중 1명이 대검찰청에 리니언시 신청을 접수한 뒤, 검찰은 범행 정황을 포착해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지난 2월 이들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 시작 2개월여 만에 이들을 재판에 넘기게 됐다. 2024년 1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도입된 시세조종 등에 대한 리니언시 제도가 활용된 첫 사건이라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C씨가 배우자인 양정원씨 등과 관련한 사건 수사를 무마해달라며 서울 강남경찰서 관계자에게 향응을 제공한 정황도 파악해 이를 C씨의 공소사실에 포함했다. 검찰은 지난 3월 강남서를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진행했고 지난달 22일 뇌물공여 등 혐의로 C씨를 구속했다.
검찰은 해외로 도주한 시세조종 가담자 1명을 지명수배하고, 재판에 넘겨진 일당의 추가 혐의도 계속 수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남부지검에 신설된 범죄수익환수부 등과 연계해 시세조종으로 얻은 부당이익과 시세조종에 사용된 원금까지 끝까지 몰수하겠다”고 밝혔다.
현직 증권사 간부 등 일당이 벌인 코스닥 상장사 주가조작 사건의 범행 대상이 된 상장사의 주가 흐름도.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