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부, 항소 등으로 효력 정지 가능성 커
무역법 301조 등 다른 관세 부과 절차도 진행
지난해 4월9일 경기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권도현 기자
미국 행정부가 연방대법원에서 위법 판결을 받은 상호관세를 대체하기 위해 부과한 ‘글로벌 관세’가 7일(현지시간) 1심에서 무효 판결을 받았다. 사법부의 제동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정치적 타격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국내 수출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기업 입장에서 1심 판결은 새로운 변수라기 보기 어렵다”며 “3심까지 가서 최종적으로 위법 판결이 나오면 환급을 기대할 수는 있겠지만 당장 수출하는 입장에서 3심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10% 관세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한국 등 전 세계에 부과한 ‘상호관세’가 위법이라는 연방대법원 판단이 나오자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월24일 무역법 122조에 근거해 전 세계 대미 수출품에 10%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통상업계에서는 상호관세 사건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관세도 1심 판결에 대해 행정부가 항소하고, 이에 따라 1심 판결의 효력도 정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앞서 지난해 5월 항소심 재판부는 상호관세를 무효라고 한 하급심 판결의 효력을 중단하고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효력을 유지하도록 결정한 바 있다. 상호관세의 경우 항소심부터 연방대법원 판결까지 약 9개월이 걸렸다.
더구나 글로벌 관세는 상호관세의 공백을 메울 ‘임시방편’ 성격이 강했다. 무역법 122조에 따르면 글로벌 관세의 부과 기한은 150일이다. 의회가 부과 기간 연장을 승인하면 더 늘어날 수도 있지만 다수당인 공화당 내에서도 연장에 반대하는 이들이 적지 않아 무효 판결이 없더라도 오는 7월에는 종료될 가능성이 컸다. 이날 1심 재판부까지 무효로 판결해 글로벌 관세 부과 연장 가능성은 더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대미 수출 기업 입장에서 글로벌 관세 환급을 위해 소송에 참여하기도 쉽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가 글로벌 관세보다 더 강한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불공정 무역 관행이 있으면 부과할 수 있는 무역법 301조는 관세율의 상한이 없다. 글로벌 관세는 상한이 15%였다.
다만 무역법 301조를 부과하기 위해서는 미 무역대표부(USTR)의 사전 조사가 필요해 트럼프 행정부는 공청회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통상업계 관계자는 “현재 진행 속도를 고려하면 늦어도 9월쯤에는 301조에 근거해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크다”며 “글로벌 관세가 무효가 됐다고 해서 관세 불확실성이 끝났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