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일대 고급 아파트 단지. 서성일 선임기자
9일로 예정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 종료를 앞두고 서울 집값이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양도세 중과가 부활하면 집을 팔 때 내는 세금이 크게 오르기 때문에 다주택자들이 버티기에 들어가 ‘매물 잠김’ 현상이 벌어질 우려가 있다. 부동산 매물이 시장에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오는 10일부터 시행되면 조정대상지역 내의 집을 팔 때 기본 양도세율에 2주택자는 20%포인트, 3주택 이상 보유자는 30%포인트의 가산세율이 더해진다. 지방세까지 더하면 세금은 최고 82.5%까지 늘어난다. 이런 세금을 피하기 위해 지난 몇 달간 다주택자들이 급매물을 내놓으면서 집값 상승의 근원지인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와 용산구를 비롯해 서울 지역의 집값이 하락안정세를 보였다. 그러나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집값은 다시 꿈틀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주보다 0.15% 올랐다. 전주보다 0.01%포인트 높아진 수준이다. 서울 전체 25개 구 중 강남구만 빼고 24개 구에서 아파트 가격이 올랐다. 지난달 둘째 주에 하락세로 돌아섰던 용산구 아파트 값은 0.07% 상승 반전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양도세 중과 시행으로 매물 잠김이 심화되면 집값은 더욱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도 이런 우려를 알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8일 열린 비상경제본부회의 겸 경제·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집값 안정을 위한) 정부의 정책 의지는 과거와 다르다”며 “잠겨 있는 매물이 (시장에) 나오고 실수요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구 부총리는 “조정대상지역의 매입임대아파트 사업자에게 영구히 주어지던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이 조세 형평 측면에서 과도하다는 지적에 대해 여러 가지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 다주택자뿐 아니라 임대사업자의 매물도 시장에 나오도록 유도하겠다는 의미다.
정부는 매물 확보뿐 아니라 세제와 공급 대책 마련에도 역점을 둬야 한다. 주택 보유세를 올리고 양도세, 취득세 등 거래세는 낮춰 주택 순환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3기 신도시 건설이나 도심 내 노후 청사, 유휴 공공부지 개발 등 정부가 기존에 발표한 공급 대책도 속도를 내야 한다. 부동산 시장은 수요·공급의 원리 만큼 심리적 요소도 중요한 변수다. 정부가 아무리 대책을 내놓아도 시장이 믿지 않으면 정책 효과는 반감된다. 약속한 정책을 확실하게 추진해 집값 안정에 대한 강력한 신호를 보여줘야만 시장 참여자들이 믿고 따라올 수 있다는 것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