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8일 채 해병 순직 사건의 핵심 책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해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사진은 임 전 사단장이 지난해 7월 서울 서초 순직해병 특검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정효진 기자
법원이 채 상병 순직사건의 핵심 책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2023년 7월 무리한 수중수색을 지시해 채 상병을 죽음으로 내몬 책임에 대한 단죄가 3년 가까이 걸린 것이다. 특검이 구형한 징역 5년에 미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자신의 성과를 위해 부하를 사지로 몰아넣고도 책임을 전가해 온 행태에 대해 책임을 물었다는 점에서 사필귀정이라 할 만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조형우)는 8일 임 전 사단장의 업무상 과실치사, 군형법 위반 혐의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피고인이 성과를 위해 적극 수색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물에 들어가지 말라’고 단순 언급만 했어도 비극은 없었을 것”이라며 “안전장비가 갖춰졌다면 동료 대원들이 피해자를 신속 구조했을 것”이라고 했다. “사고 방지 의무를 무시한 피고인이 처벌받아도 전혀 억울함이 없다고 본다”는 재판부 지적은 임 전 사단장의 부주의가 사고의 직접적 원인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재판부는 사고 책임을 부하들에게 떠넘기며 유가족에게 상처를 준 행태에 대해 “오랜 재판 경력에서 이런 사람은 본 적이 없다.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시켰다”고 질타했다. 현장 지휘관이었던 박상현 전 7여단장, 이용민 전 7포병대대장과 채 상병 부대 직속 지휘관인 최진규 전 11포병대대장도 줄줄이 법정 구속되며 지휘 체계 전반의 과실이 인정됐다.
이번 선고는 채 상병 순직사건에서 가장 먼저 나온 결론으로, 향후 수사 외압·은폐 의혹 재판의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임 전 사단장의 유죄를 인정한 만큼 그를 비호하기 위해 작동했던 ‘윗선’의 실체를 가려내고 단죄하는 일이 남았다. 채 상병 순직사건을 수사한 이명현 특검은 지난해 11월 이 사건을 ‘윤석열 정권의 권력형 범죄’라고 규정했다. 대통령과 참모, 국방부·해병대 수뇌부가 한통속이 돼 젊은 병사의 억울한 죽음을 규명하는 수사를 가로막은 범죄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사단장까지 처벌하는 것은 과하다”고 한 ‘VIP 격노설’ 후 국방부의 수사기록 회수와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 의 도피성 호주대사 임명 등 비상식적인 일들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정치권력이 임 전 사단장 단 한 명을 비호하기 위해 국기를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권력의 뒤에 숨어 책임 회피에 급급했던 임 전 사단장에 대한 단죄가 고인과 유가족을 조금이나마 달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제 임 전 사단장을 비호했던 윗선들의 범죄에 대해서도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엄중히 책임을 묻는 일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