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ACEAE -- Medicago arborea L. Moon trefoil ⓒThierry Ardouin, Tendance Floue, MNHN_고은사진미술관 제공
지구인이 지구의 모습을 최초로 촬영한 것은 반세기 전이다. 1968년 달 궤도를 돌던 아폴로 8호의 우주비행사 윌리엄 앤더스가 달의 지평선 위로 떠오르는 지구를 사진에 담았다. 흑백의 달 표면 위로 떠오리는 파란 구슬같은 지구. 일명 지구돋이Earhrise라고 불리는 사진이다.
우주비행사만큼 높이 날지는 않지만, 우리는 요즘 드론이 촬영하는 사진을 보며 지구돋이 사진처럼 놀라움에 젖어들곤 한다. 여객기에서는 짧은 이착륙의 순간에만, 그것도 날씨가 좋을 때만 볼 수 있었던 우리가 사는 장소들을 내려다 볼 수 있지만 이제는 비둘기만큼 작은 드론이 지구 구석구석을 사진에 담는다. 작은 드론에 달린 작은 카메라 렌즈는 산책로가 있는 청보리밭의 풍경은 녹색 캔버스 위에 칠한 하얀 붓질처럼 보이고, 메트로폴리스의 도로망은 전자제품의 회로기판처럼 인식되며, 바닷가의 갯골은 나뭇가지처럼 촬영한다.
아주 높은 위치에서, 그러니까 올림푸스 산에서 내려다보는 신의 시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만큼 비행 기술이 발전하기 이전에는 이와는 반대되는 시각적 경험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동안 무심코 봤던 사물들의 세부를 현미경처럼 찍은 사진들이다.
“우리 눈은 이 사진들을 그저 바라볼 뿐이다. 릴리푸트 소인족처럼 이 거인족 식물들의 그림자 밑에서 그저 서성거릴 뿐이라고 할까. 이 거인족 식물들의 꿀샘에서 그 모든 꽃꿀을 빨아들이는 기쁨은 거인의 크기, 거인의 정신으로 햇빛 아래 반짝이는 눈, 한때 괴테와 헤르더Johann Gottfried von Herder의 것이었던 그런 눈의 몫으로 아직 남아 있다.” (발터 벤야민, 에스터 레슬리 엮음, <발터 벤야민, 사진에 대하여> , 위즈덤 하우스)
기술복제시대의 이미지 비평가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 1892-1940)은 식물들의 확대 사진을 보며 “새로운 이미지계가 간헐천처럼 뜨겁게 솟구쳐 오르는” 곳이라고 감탄했다. 칼 블로스벨트(Karl Blossfeldt, 1865-1932)의 ‘예술의 원초적 형태들’이라는 식물 사진 연작이다. 식물을 확대한 형태는 어떤 형태들을 보여주는데 가령 쇠뜨기는 고대 그리스의 기둥을, 투구 꽃은 여성 댄서의 몸을, 돌돌 말린 고사리는 주교 지팡이를 떠올리게 한다. 식물의 해부학적인 세부가 어떤 사물을 닮은 것인데, 그것이 예술의 원초적 형태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현미경처럼 확대된 사물이 칼 블로스펠트의 사진처럼 모두 어떤 대상과 유사성을 갖는 것은 이나다. 프랑스 사진작가 띠에리 아르두엥(Thierry Ardouin)가 찍은 식물의 씨앗들은 다른 사물과의 유사성이 아니라 하나의 독립적인 시각적 오브제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우리가 알던 씨앗과는 다른, 그리고 어떤 대상과 닮지는 않았지만, 사물의 물질적 특성을 최대한 뽑아낸 추상적인 조각 작품같은 느낌의 오브제 말이다.
고은사진미술관은 한불수교 140주년을 맞아 띠에리 아르두엥의 《Seed Stories》를 전시하고 있다. 세계 각지의 씨앗을 담은 87점의 작품이다. 여기에는 김치의 주재료인 배추, 부산을 떠올리게 하는 토마토(대저), 대파(기장)의 씨앗을 촬영한 3점도 포함되어 있다. 8월30일까지 감상할 수 있다.
SAPINDACEAE -- Majidea zanguebarica J. Kirk ex Oliv. Mgambo black-pearl tree ⓒThierry Ardouin, Tendance Floue, MNHN_고은사진미술관 제공
APIACEAE -- Malabaila aurea (Sm.) Boiss. Malabaila aurea ⓒThierry Ardouin, Tendance Floue, MNHN_고은사진미술관 제공
LYTHRACEAE -- Trapa natans var. bicornis (Osbeck) Makino Water caltrop ⓒThierry Ardouin, Tendance Floue, MNHN_고은사진미술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