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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도 아닌데…화성서 펼칠 낙하산, 오븐에 밀어 넣는 이유는?

입력 2026.05.10 08:00

수정 2026.05.10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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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A, 화성 하늘에서 전개할 낙하산 공개

완전히 펼치면 지름 35m…사상 최대 크기

2028년 발사 ‘로절린드 프랭클린’에 장착

특수 오븐에서 36시간 동안 125도 ‘가열’

낙하산 주재료 ‘케블라 섬유’…고온 견뎌

멸균해 화성에 지구 미생물 침투 방지 목적

유럽우주국(ESA)이 개발한 무인 탐사 차량 ‘로절린드 프랭클린’이 화성 지면을 주행하는 상상도. 2028년 지구를 떠나 2030년 화성에 도착할 예정이다. ESA 제공

유럽우주국(ESA)이 개발한 무인 탐사 차량 ‘로절린드 프랭클린’이 화성 지면을 주행하는 상상도. 2028년 지구를 떠나 2030년 화성에 도착할 예정이다. ESA 제공

유럽우주국(ESA) 과학자들이 무인 탐사 차량 ‘로절린드 프랭클린’을 화성 하늘에서 투하할 때 쓸 낙하산을 점검하고 있다. 낙하산은 바퀴 모양으로 돌돌 말려 있다. ESA 제공

유럽우주국(ESA) 과학자들이 무인 탐사 차량 ‘로절린드 프랭클린’을 화성 하늘에서 투하할 때 쓸 낙하산을 점검하고 있다. 낙하산은 바퀴 모양으로 돌돌 말려 있다. ESA 제공

과학자 두 명이 탁자에 놓인 육중한 물체 한 귀퉁이에 스마트폰 카메라를 바짝 들이댄 채 사진을 찍고 있다. 노란색 포장용 천에 꼼꼼히 싸인 이 물체는 지름이 약 1m로, 화물차용 타이어와 모양과 크기가 비슷하다.

그런데 물체의 진짜 정체는 좀 특이하다. 낙하산이다. 2028년 10월 지구를 떠나 2030년 5월 태양계 4번째 행성 ‘화성’ 하늘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돌돌 말린 낙하산을 완전히 펼치면 지름은 무려 35m다. 지구가 아닌 다른 천체에서 전개하려고 제작한 낙하산 가운데 가장 크다.

큰 덩치에는 이유가 있다. 밀도가 지구의 1%밖에 안 되는 옅은 화성 대기를 뚫고 유럽우주국(ESA)이 개발한 무인 탐사 차량 ‘로절린드 프랭클린’과 각종 부대 장비 총 2t을 화성 땅에 사뿐히 내려놓기 위해 제작됐기 때문이다. 낙하산 크기를 키워야 희박한 화성 대기에서도 하강 속도를 효과적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

그런데 ESA는 조만간 이 낙하산을 100도 넘는 고온으로 매우 뜨겁게 데울 예정이다. 애지중지 모시고 있어도 모자랄 소중한 낙하산을 뜬금없이 ‘불지옥’에 밀어 넣으려는 것이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유럽우주국(ESA)이 개발한 무인 탐사 차량 ‘로절린드 프랭클린’이 화성 땅에서 임무 수행 중인 상상도. 2028년 지구에서 발사돼 2030년 화성에 안착할 예정이다. ESA 제공

유럽우주국(ESA)이 개발한 무인 탐사 차량 ‘로절린드 프랭클린’이 화성 땅에서 임무 수행 중인 상상도. 2028년 지구에서 발사돼 2030년 화성에 안착할 예정이다. ESA 제공

‘빵 굽기’ 유사한 열처리 공정

그 이유를 알아보려면 ESA가 낙하산에 하려는 일이 뭔지부터 자세히 살필 필요가 있다. ESA는 지난달 말 공식 자료를 통해 로절린드 프랭클린을 화성 땅에 착지시킬 낙하산을 우주국 부속 시설에 설치된 특수 오븐에서 고온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븐 속에서 낙하산은 타이어 모양으로 말린 채 125도 고온과 맞닥뜨려야 한다. 이 온도에서 버텨야 할 시간은 36시간이다. 말 그대로 구워지는 셈이다.

125도는 빵이나 과자를 만들 때와 비슷한 온도다. 하지만 빵이나 과자를 만들 때는 오븐을 보통 1시간 안에 끈다. 4~5시간씩 오븐에 놔두면 먹거리가 아닌 숯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로절린드 프랭클린을 화성에 내려놓을 낙하산은 무려 1.5일 동안 뜨거운 오븐 안에서 열기를 받아내야 한다.

낙하산이 이런 고온을 버티는 것은 주재료가 케블라 섬유이기 때문이다. 케블라 섬유는 강철보다 인장 강도(양쪽에서 당기는 힘을 이겨내는 능력)가 5배 강하다. 450도에도 녹지 않는다.

지구에서 케블라 섬유는 내열 장갑이나 방탄복, 인공위성 부품 등에 활용된다. 보통 천 같으면 오븐 속에서 버티지 못하고 부스러졌을 텐데 로절린드 프랭클린 낙하산이 거뜬히 버티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멸균해 지구 미생물 전파 방지

ESA는 왜 이런 고온 처리를 굳이 하려는 것일까. 화성에서 펼쳐질 뜨거운 환경을 이겨낼 수 있는지 품질 검사를 하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도 않다. 화성 평균 온도는 영하 60도다. 매우 춥다. 적도 부근 온도는 낮에 꽤 오르지만, 그래봤자 영상 20도다. 화성에서 125도 고온을 만날 일은 없다.

그런데도 낙하산을 뜨거운 오븐에 밀어 넣는 이유는 딱 하나다. ‘멸균’이다. 제작·보관 과정에서 낙하산에 묻은 지구 미생물을 싹 없애려는 의도다.

지구 미생물이 묻어서 화성까지 가는 일은 ESA에는 악몽이다. 그렇게 되면 화성에 존재하는 생명체를 탐색하려는 로절린드 프랭클린의 핵심 임무가 날아간다. 화성에서 미생물을 찾더라도 그것이 화성에 원래 살던 것인지, 지구에서 옮겨온 것인지를 구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로절린드 프랭클린은 화성 지표면 아래 약 2m까지 드릴로 구멍을 팔 예정이다. 지금까지 어떤 나라 탐사선도 화성에서 이 정도 깊이를 굴착한 적은 없다. 우주에서 날아드는 방사선에서 보호된 땅 밑에 생명체 흔적이 있는지 살피려는 의도다. 만약 생명체를 찾는다면 그것이 화성에서 발견된 것이라는 확신을 얻기 위해 고온 처리를 통한 멸균을 하려는 것이다.

화성 생태계 보전 목적도

멸균에는 더 근본적인 이유도 있다. 지구 미생물이 화성으로 옮겨가면 혹시 형성돼 있을지 모를 화성 생태계를 망칠 수 있어서다.

과거 지구에서는 비슷한 일이 있었다. 1500년대 중남미에 분포했던 아스텍과 잉카제국 인구가 유럽인이 갖고 들어온 천연두 바이러스 때문에 급감했다. 멸균은 화성에 서식할지 모를 생명체에게 지구인의 탐사 활동이 재앙이 되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다.

낙하산을 제외한 로절린드 프랭클린의 다른 부위도 지구를 떠나기 전, 깔끔하게 소독될 예정이다. 금속 부품은 알코올을 묻힌 헝겊으로 닦아내고, 렌즈나 전자 장비처럼 열이나 화학 약품에 약한 기기는 과산화수소 증기에 노출한다.

ESA는 “지난해 실제 낙하산과 똑같이 만들어진 복제품을 이용해 높은 고도에서 투하 성능을 시험했다”며 “향후 로절린드 프랭클린과 낙하산을 결합하는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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