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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멧갈라 뒷골목에선 ‘노동자의 패션쇼’ 열렸다

입력 2026.05.10 08:51

지난 4일(현지시간) 화려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뒷편에서는 아마존 노동자를 중심으로 ‘노동이 곧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안티 멧 갈라’가 열렸다. SNS 갈무리 사진 크게보기

지난 4일(현지시간) 화려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뒷편에서는 아마존 노동자를 중심으로 ‘노동이 곧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안티 멧 갈라’가 열렸다. SNS 갈무리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세계 최대 패션 자선 행사인 ‘2026 멧 갈라’가 열렸다. 할리우드 스타부터 글로벌 K팝 그룹 멤버들까지 각국 셀러브리티들은 저마다의 개성을 담은 명품 브랜드 의상을 입고 레드카펫에 등장했다. 올해 드레스코드는 ‘Fashion Is Art(패션은 예술)’로, 참가자들은 마치 예술 작품을 현실로 옮겨놓은 듯한 파격적인 스타일링으로 화려함의 정점을 보여줬다.

그러나 올해 멧 갈라 행사가 열리기 몇 시간 전, 뉴욕 맨해튼 다른 한편에서는 전혀 다른 성격의 런웨이가 펼쳐졌다. 화려한 셀러브리티와 부자를 위한 무대가 아니라 노동자들이 주인공이 된 패션쇼였다. 이름하야 ‘Ball Without Billionaires(억만장자 없는 무도회)’다.

행사가 열린 계기는 이렇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올해 멧 갈라에서 후원자이자 명예 의장으로 이름을 올린 인물은 전 세계 전자상거래 1위 업체인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조스와 그의 아내 로런 산체스다. 두 사람은 고액의 후원금을 멧 갈라에 쏟아부었다. 노동자 처우 개선을 요구해온 아마존 노동조합은 시민단체와 함께 멧 갈라의 화려함 이면에 존재하는 노동 문제와 불평등을 조명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

이 ‘안티 멧 갈라’의 드레스코드는 ‘Fashion Is Art’를 빗대어 ‘Labor Is Art(노동은 예술)’로 정했다.

72세 아마존 물류창고 직원이 모델로 직접 런웨이를 걸었다. SNS 갈무리

72세 아마존 물류창고 직원이 모델로 직접 런웨이를 걸었다. SNS 갈무리

무대에는 글로벌 셀렙 대신 실제 아마존 노동자들이 올랐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더 안전한 노동 환경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는 72세 아마존 물류창고 직원, 장애인 어머니를 부양하기 위해 주 60시간씩 일하면서 노동 환경 개선 운동에 참여하는 직원도 런웨이에 올랐다.

작업 중 부상을 입은 뒤 산업재해와 안전 문제 개선을 요구하게 된 물류창고 노동자, 아마존이 노조를 공식 인정하도록 압박 활동을 이어가는 배송 기사 역시 모델로 참여했다.

멧 갈라의 유구한 전통으로 일컬어지는 ‘화장실 셀카’ 속 멧 갈라 주인공들, 안티 멧 갈라 행사를 주최한 주인공들(아래). SNS 갈무리 사진 크게보기

멧 갈라의 유구한 전통으로 일컬어지는 ‘화장실 셀카’ 속 멧 갈라 주인공들, 안티 멧 갈라 행사를 주최한 주인공들(아래). SNS 갈무리

의상은 이민자 출신 디자이너들과 유색인종 신진 디자이너들이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호화 브랜드 중심의 기존 패션 행사와 달리, 노동과 이민자 커뮤니티의 목소리를 전면에 내세운 셈이다.

시위는 거리에서도 이어졌다. 행사 참가자들과 활동가들은 제프 베조스의 뉴욕 펜트하우스 건물 외벽에 대형 문구를 투사하기도 했다. 메시지는 직설적이었다. “멧 갈라에 쓸 돈으로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임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이었다.

최근 뉴욕 곳곳에서는 ‘Boycott the Bezos Met Gala(베조스 멧 갈라를 보이콧하라)’는 포스터도 등장하고 있다. 아마존 물류창고의 노동 환경과 노조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이번 멧 갈라를 계기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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