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장에 헌법 개정안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 자료를 들고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건국·새마을운동·근대화와 관련한 내용을 헌법 전문에 넣자고 주장했다. 개헌 논의는 6·3 지방선거를 치른 뒤 해야 한다며 5·18민주화운동, 부마항쟁 헌법전문 수록 등 국민적 합의가 끝난 개헌안 표결을 무산시키더니 돌연 국민적 합의가 불가능한 뉴라이트식 주장을 들고나왔다. 앞으로도 개헌에 반대할 밑자락을 깐 것이다.
송 대표는 지난 8일 국회에서 개헌안 표결이 무산된 뒤 기자들과 만나 “부마항쟁, 5·18민주화운동 등을 헌법 전문에 담는 데 대해 근본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헌법 전문 내용은 통합적 역사 인식 아래 균형 잡혀야 한다. 건국과 관련해 헌법에 넣어야 하고, 새마을운동, 근대화와 관련해서도 다 헌법에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 5·18민주화운동, 부마항쟁을 헌법 전문에 넣자는 데 반대하기 궁색하니 물타기를 하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현행 헌법 전문은 “대한민국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규정한다. 대한민국 뿌리가 1919년 수립된 상해임시정부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대한민국은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라고 돼 있던 제헌 헌법 관련 내용을 계승했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대한민국 건국’ 주장은 ‘이승만 국부론’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2000년대 중반 뉴라이트 학자들이 들고나왔다. 새마을운동, 근대화·산업화에 대한 과도하고 일면적인 재평가도 뉴라이트식 국가 정통성 세우기 일환이다. 이런 주장을 헌법 전문에 담자는 건 뉴라이트 입맛대로 헌법을 뜯어고치겠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송 원내대표의 주장은 그가 5·18민주화운동, 부마항쟁을 민주주의라는 보편적·헌정적 가치를 유지·발전시킨 사건이 아니라 뉴라이트식 건국론·새마을운동론·근대화론의 대칭점에 있는 정파적 사건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뜻한다. ‘통합적 역사 인식’ ‘균형’ 운운하면서 헌법에 이 모두를 넣자는 건 기실 5·18민주화운동, 부마항쟁의 헌법 전문 수록을 반대한다는 것이고, 개헌하지 말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국민의힘이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겠다고 한 것은 빈말이었나 묻지 않을 수 없다.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12·3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이 탄핵된 데 대해 “계엄을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 탄핵은 아니다”라고 했다. 헌정질서를 유린한 범죄를 헌정적 수단으로 단죄할 게 아니라 윤석열의 자발적 퇴진 같은 정치적 방법으로 풀어야 했다고 궤변을 늘어놓은 것이다.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이런 사람들이니 국민의힘이 ‘윤어게인 정당’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