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을 펼치고 있는 가수 이승환씨. 경향신문 자료사진
가수 이승환씨 콘서트를 일방적으로 취소한 경북 구미시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은 이씨와 소속사 드림팩토리, 예매자 100명이 구미시와 김장호 구미시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구미시가 이씨에게 3500만원, 드림팩토리에 7500만원, 예매자 1인당 15만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총 1억2500만원 규모다. 재판부는 구미시가 이씨에게 서약서 제출을 요구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예술가의 표현의 자유, 시민의 양심의 자유를 확인한 판결로 환영한다.
구미시는 2024년 12월25일 구미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이씨의 데뷔 35주년 콘서트 ‘헤븐’을 공연 이틀 전 취소했다. 앞서 이씨가 서울 공연에서 윤석열 당시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취지의 발언을 하자 보수 성향이 강한 구미에서 공연 반대 시위가 열린 게 빌미가 됐다. 구미시는 12월20일 이씨 측에 ‘정치적 선동 및 정치적 오해 등 언행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요구했다. 이씨가 이를 거부하자 김장호 시장은 12월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안전이 우려된다며 대관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재판부는 “서약서 제출은 (대관) 허가 조건에 포함되어 있던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정치적 오해 등 언행을 하지 않겠음’이라는 문구에 대해선 “이씨 의도와 무관하게 상대방이 그릇되게 해석할 수 있는 정치적 표현까지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표현의 자유 제한이라고 밝혔다. 구미시의 서약서 요구가 형식적으로나 내용 면에서나 모두 위법했다는 판단이다.
이번 판결은 구미시 행태가 사실상의 ‘사전검열’임을 인정한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 특히 권익을 침해당한 예술가 당사자는 물론, 공연을 보지 못해 정신적 피해를 본 관객들에게까지 위자료를 지급도록 한 점은 긍정 평가할 만하다. 다만 김 시장 개인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 국가배상법상 고의 또는 중과실이 아닌 한 공무원 개인의 책임은 인정되지 않는 게 원칙이다. 직업공무원이 소신 있게 행정을 펼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김 시장처럼 선거로 뽑힌 공직자까지 면책 범위에 포함되는 게 타당한지 의문이다. 과실은 시장이 저질렀는데, 손해는 시민 세금으로 배상하는 일이 합리적인가. 항소심에선 반드시 김 시장 책임까지 물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