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이 지난 4월23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인근에서 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문재원 기자
삼성전자 노사가 오는 21일 예고된 총파업을 열흘 앞두고 막판 타협을 위한 재협상에 나선다. 창사 이래 첫 파업이라는 위기에 직면하자 정부가 적극 중재에 나섰고, 노조가 노동위원회의 추가 중재 절차인 ‘사후조정’을 받아들이면서 11·12일 집중 교섭이 성사된 것이다. 파업이 임박한 사업장에 대해 정부가 개입하는 이 사후조정은 파국을 막기 위한 실질적인 마지막 기회다. 노사는 이번 협상 테이블에서 반드시 접점을 찾길 바란다.
삼성전자 노사 갈등의 핵심은 성과급 산정 방식에 있다. 노조는 성과급 재원을 ‘영업이익의 15%’로 명문화하고 연봉의 50% 상한 폐지를 요구하는 반면, 사측은 실적 조건부 보상과 상한 초과 ‘특별포상’ 안으로 맞서고 있다. 여기에 노조 내부의 균열까지 협상 발목을 잡고 있다. 과반 노조인 초기업노조와 전삼노, 동행노조는 공동교섭단을 구성해 대응했으나, 갈등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지난 4일 동행노조가 교섭단에서 이탈한 데 이어 전삼노는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의 ‘교섭 배제’ 등 발언을 문제 삼아 사과를 요구하며 날 선 공방을 벌였다. 반도체(DS) 직군에 쏠린 논의에 반발해 비반도체(DX) 부문의 불만이 폭발하고, 노조 지도부 간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진 ‘노노 갈등’은 협상 전선에 악재가 아닐 수 없다.
파업이 현실화한다면 그 피해는 기업 경쟁력 약화와 브랜드 이미지 실추로 이어질 수 있다. 삼성은 인공지능(AI) 세상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난 반도체 수요를 맞추지 못하는 상황이다. 전사적 총력전을 펼칠 시기에 생산라인이 멈춰 서면 천문학적 손실이 발생할 것은 자명하다. 공급 불확실성이 커져 경쟁사들에 시장을 내주는 치명적 결과도 초래할 수 있다.
무엇보다 삼성전자가 거둔 성과는 반도체 직군 노동자들 힘만으로 이룬 것이 아님을 직시해야 한다. 수많은 하청업체의 기여와 정부의 전폭적 지원, AI 수요 확대와 메모리 가격 상승 같은 외부 환경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성과급 교섭이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판을 피하려면, 보상 범위를 반도체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넓히고 ‘지속 가능한 보상 체계’를 구축하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전 세계가 반도체 패권 전쟁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마당에, 성과급 갈등으로 공장이 멈춰 서는 상황을 납득할 국민은 많지 않다. 노사가 역지사지의 자세로 협상에 임해 합리적인 상생 방안을 찾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