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이재명 대통령은 정부 내 청년정책 담당 조직이 부재하다고 지적하며 전담 부서 신설을 지시했다. 2020년 청년기본법 제정 이후에도 정치권의 수많은 메시지에 비해 불평등 지표 개선이나 당사자들의 정책 체감은 부족하다는 평가가 이어져왔다. 전담 부처가 적절한 수단인지 논쟁의 여지는 있다. 정체된 정책에 추진력을 부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행정 조직 개편 논의 자체는 긍정적인 신호다. 문제는 조직 개편만으로는 취지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무엇을, 어떻게 해결할지 방향 없이 틀만 바꾸는 개편은 공무원·예산만 늘리는 결과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청년’은 행정에서 다루기 어려운 정책이다. 나이 기준으로 정책 대상을 구분하는 방식에는 언제나 한계가 따른다. 미성년자나 노인과 달리, 일반적인 노동인구에서 만 35세가 되는 순간 갑자기 정책을 이용할 수 없다는 말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대학 진학, 취업, 결혼, 주택 마련, 육아로 이어지던 기존의 ‘청년 이행기’ 경로는 이미 무의미해지거나 크게 지연되고 있다. 2030세대 내 삶의 형태와 조건이 다층적으로 변화한 것이다. 다양한 집단을 ‘청년’이라는 범주로 정책화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정책 혼선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손쉬운 해법처럼 등장하는 것이 ‘부처 신설’이다. 미진한 이유의 원인을 부처 부재로 돌리면 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때도 청와대 청년비서관실을 중심으로 상당한 권한을 주고 정책 드라이브를 걸었으나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는 문제 핵심이 단순히 조직 유무에만 있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따라서 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통합적·체계적인 집행력 확보’와 ‘청년을 둘러싼 사회적 의제를 다룰 수 있는 역할’이라는 두 가지 방향은 분명히 해야 한다.
중앙정부 부처는 정책을 직접 집행하는 기관이 아니기에, 손발이 될 수 있는 집행 체계가 필수적이다. 특히 일자리, 주거, 복지 등 여러 분야의 연계가 중요한 청년정책의 특성상 통합적인 조직 설계도 동반되어야 한다. 신설 부처가 집행 구조에 대한 준비 없이 출범한다면 정책 추진력은 제한적이거나 각 부처에서 성과 내기 애매한 사업 몇개를 넘겨받는 데 그칠 수 있다. 실효성 있는 집행·관리 기구 설립이 최선이겠지만, 새로운 기관 신설이 어려울 수는 있다. 그렇다면 새로 만들어질 청년 전담 부처는 LH, 지방정부 등 기존에 청년정책을 다루던 조직들과 직접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기존 부처로부터 업무를 명확히 이관받아, 적어도 모호하게 다른 부처와 겸업하지 않는 확실한 집행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동시에 ‘이행기 지원’에 머무르지 않고 인구구조, 디지털, 기후 문제와 같은 거대한 전환에 대응하는 미래지향적 역할을 자임해야 한다. 이는 청년정책이 왜 필요한가라는 근본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세대 내 여러 차이에도 일련의 전환 과정에서 가장 많이 영향을 받을 집단은 청년이기에 청년 문제를 출발점으로 삼는 접근은 유효하다. 이를테면 ‘미래세대 영향평가’처럼 국가 정책 전반에 장기적 관점을 반영하는 역할도 검토할 수 있다. 반대로 청년 대상 지원 사업 일부를 모아 집행하고 간담회 몇번 여는 수준에 머문다면, 새로운 조직의 존재 이유는 크지 않을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속도감 있는 정책 추진이 강점인 만큼, 청년 조직 개편안도 구체화될 가능성이 크다. 기존 관료 체계의 관성에만 기대지 말고, 이 문제를 꾸준히 다뤄온 시민사회의 다양한 주체들과도 논의를 충분히 거쳐 의미 있는 개편을 이루기 바란다.
이한솔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