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개봉한 <스타워즈> 에피소드 3편에서 은하공화국 원로원 의원 파드메는 쌍둥이를 출산하다 목숨을 잃는다. 영화를 보면서, 초광속 우주여행을 하는 세계에서 아이를 낳다 죽는다는 스토리가 말이 되냐며 빈정댔던 기억이 난다. 한국 산부인과에 데려왔으면 살았을 텐데, 그러면 제국 저항군의 구심점도 달라졌을 텐데 하면서 말이다. 20년이 지난 지금, 분만 예정일을 한참이나 남겨둔 쌍둥이 엄마 파드메가 밤늦게 한반도 외곽 우주공간에서 진통이 시작됐다면 해피엔딩을 맞을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다. ‘분만 뺑뺑이’와 비극적 결말을 전하는 뉴스가 좀처럼 끊이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도 아니고, 의료계가 노력하지 않는 것도 아닌데 왜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고 있을까? 정부는 분만취약지 지원사업을 통해 10년 넘게 시설·장비와 인건비를 지원해왔다. 또한 24시간 분만과 고위험 산모·신생아 진료를 맡는 권역모자의료센터 20개를 지정하여 설치비와 운영비를 지원 중이다. 의료수가나 의료진 보상도 예전보다 대폭 개선되었다. 응급 상황에서 신속한 전원이 이루어지도록 24시간 상황실도 운영 중이다. 그런데 왜?
정책 범위 넘은 ‘분만 뺑뺑이 문제’
산전관리는 인근, 분만은 거점으로
신속하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게
시민 의사결정 과정 통해 해결해야
수요·공급의 구조 측면을 살펴보자. 출생아 수는 2005년 43만8707명에서 2024년 23만8817명으로 20년간 절반 가까이 줄었다. 분만 건수와 소아 인구가 감소했으니 예전보다 여유 있게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시장’은 미래를 예측하며 움직인다. 지역에서 모자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은 그보다 빠르게 줄었다. 중앙모자의료센터 자료에 따르면, 현재 분만이 가능한 기관은 전국에 445개. 이 중에서도 연간 200건 이상 분만을 시행하는 곳은 270개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전문의 확보가 어렵다. 권역모자의료센터 20개 중 절반인 11개가 필수 인력 기준인 산과 전문의 4명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어떤 센터가 획기적 인센티브를 내걸고 산과 전문의 구인에 나선다면, 이들이 구인에 성공한 숫자만큼 다른 센터의 전문의 숫자는 줄어들 것이다.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은 고위험 분만의 증가 추세다. 보조생식기술의 발달과 정부 지원 확대의 결과로 다태아 임신이 많이 증가했다. 출생아 중 다태아 비중은 2005년 2.2%에서 2024년 5.6%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쌍둥이는 특별한 축복이지만, 산모와 아기에게 상당한 위험이 따른다. 쌍둥이 분만 시 단태아에 비해 조산, 임신중독증, 산후출혈, 혈전성 질환 위험이 2~6배 높다. 쌍둥이 절반 이상이 임신 37주 이전에 출생하며 세쌍둥이의 90%가 조산 또는 저체중으로 태어난다.
2005년에서 2024년 사이 전체 출생아는 반으로 감소했지만, 2.5㎏ 미만 저체중 출생아 숫자는 1만8699명에서 1만8495명으로 거의 변하지 않았고, 37주 이내 출생아 숫자는 2만738명에서 2만4144명으로 오히려 늘어났다. 말하자면 시장에서 분만 인프라는 빠른 속도로 위축되고 있는 데 반해 고위험 분만은 오히려 늘어나는 역설에 직면해 있다. 의료인들도, 부모들도 각자 최선의 선택을 했지만 사회적 결과는 그렇지 못하다.
당장 수천명의 산과 전문의를 만들어낼 수 없다면, 현재의 인력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채택할 수밖에 없다. 예컨대 분만 건수가 적고, 기능이 미흡한 분만기관들은 과감히 정리하고 의료진을 거점에 모아야 한다. 열 명의 분만 의사가 열 곳에 흩어져 있으면 어느 한 곳도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거점센터를 골고루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숫자를 줄이고 규모를 키우는 결단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결정은 문제를 낳는다. 거점의료기관에서 멀리 떨어진 주민들의 의료 접근성이 더욱 낮아지고 건강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두 가지가 동시에 필요하다. 의료적 측면에서 이용의 ‘불편함’이 건강과 생명의 ‘치명적 불이익’으로 전환되지 않도록 보장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산전관리는 가까운 곳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분만 시에는 거점의료기관까지 신속하고 안전하게 이송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서비스 특성별 지역화 전략이 그것이다. 실제로 여러 나라도 비슷한 전략을 채택했다. 두 번째는 더욱 중요한 것으로, 이러한 의사결정을 시민과 함께해야 한다는 점이다. 분만 뺑뺑이 문제는 의료정책이 혼자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 누가 불편함을 감수할 것인지, 그 부담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효율성과 형평성이라는 가치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 이것이야말로 시민이 함께 결정해야 할 문제다. 숙의 민주주의가 나설 차례다.
김명희 노동건강연대 운영위원장·예방의학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