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여론조사 보도 방식에 대해 전문인들이 오랫동안 비판하고 조언해왔지만, 큰 변화는 없다. 이제 더 이상의 기대는 접고, 시민 스스로가 여론조사 바로 읽기를 익히는 수밖에 없다.
가장 염두에 둘 점은 여론조사는 여론을 ‘거칠게’ ‘추정’해 볼 뿐이라는 사실이다. 표본으로 전체를 추정할 수 있지만, 그것은 표집오차와 신뢰수준을 전제로 한다. ‘대수의 법칙’ 등 통계 이론이 뒷받침하는 원리다. (대수의 법칙을 근거로 드는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있는데, 선거 개표는 무작위 표본조사와 다른 과정이므로 그런 주장은 엉뚱하다!) 그런데 ‘추정’을 위한 필수조건은 조사에 뽑힐 확률이 누구든 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유권자 전체 명단을 통 안에 넣고 잘 섞은 뒤 눈을 감고 한 개씩 뽑아 응답자 목록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들 모두에게 솔직한 생각을 들어야 한다.
단언컨대 이 조건을 지킬 수 있는 여론조사는 없다. 집 전화에는 집에 있는 사람들만 답한다. 집 밖에 있는 사람과 특성 차이가 날 것이다. 전화도 받고, 끝까지 응답하는 사람은 많아야 100명 중 5명이고, 심지어 1명인 조사도 적지 않다. 절대다수와 다른 특성을 가진 소수로 전체를 대표하려는 셈이다. 완전한 조건을 갖춰도 생기는 표집오차는 측정할 수 있지만 낮은 응답률, 유무선 전화 차이, 응답 회피, ARS와 면접 방식 차이, 시간대 효과, 질문 순서 효과 등 비표집오차는 명확히 계산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우리는 체온계가 없을 때 이마에 손을 얹어 열을 재는 것처럼, 불완전한 여론조사로 어렴풋이나마 여론을 알아보려고 한다. 이마가 뜨겁다면 “열이 있나 보다”라고 추정할 수 있지만 내 손이 차서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언론은 손에 느낀 온기만 가지고 호들갑을 떤다. 실제 선거 결과가 다르게 나오면 “이변”이라고 대서특필하면 되니 손해 볼 일도 없다. 언론이 잘 모르니 사악한 이들이 여론 조성용 조사를 꾸미기도 한다.
1%포인트 올랐느니 내렸느니 하는 기사는 믿지 말자. 한국기자협회의 ‘선거 여론조사 보도 준칙’은 오차범위 내의 지지율은 순위를 매기거나 서열화하지 않고 “경합” 또는 “오차범위 내에 있다”라고만 보도하라고 말한다. 보도 준칙이 콕 집어서 하지 말라는, “오차범위 내에서 1·2위를 차지했다”거나 “오차범위 내에서 조금 앞섰다”라는 표현을 쓰는 기사가 있다면 해당 기자와 그 언론사의 신뢰성을 돌아봐야 한다.
지난주에도 일부 언론은 1001명 응답의 전국 조사 결과로 민주당 지지도가 지난주보다 2%포인트 빠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기사 스스로 밝혔듯 표집오차가 3.1%포인트이므로 2%포인트 차이로는 그렇게 말할 수 없다.
기사는 또 대구·경북 지역만 볼 때 민주당이 35%로, 33%를 기록한 국민의힘을 앞섰다고 말했다. 지역별로 볼 때는 표집오차를 재계산해야 한다. 표집오차는 응답자 수가 줄수록 가파르게 늘어난다. 대구·경북 지역 응답자는 100명 정도이므로 이 부분의 표집오차는 ±10%포인트 수준이다. 즉, 이 지역 민주당 지지도는 20~50% 사이 어딘가에, 국민의힘은 18~48% 어딘가에 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실제로는 민주당 지지도가 30%이고 국민의힘 지지도가 40%일 수도 있다. 게다가 신뢰수준이 95%이므로 이 예측 구간조차 빗나갈 가능성도 5%다. 잘못된 보도로 국민의힘은 위축될 수도, 민주당은 자만해질 수도 있다.
조금이라도 나은 것을 보려면 경향신문의 ‘여론조사 경향’이나 MBC의 ‘여론 M’ 등 일부 언론사에서 운영하는 종합 분석 사이트에 가보자. 이것들은 우후죽순 이뤄지는 개별 여론조사 결과들을 종합한 추세를 성별, 연령별, 지역별로 보여준다. 믿을 수 있는 것만, 그것도 제한적으로 믿자.
강형철 경향신문 독자위원장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