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외 없이 처벌’ 헌법불합치
교통·업무 방해 혐의는 유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지난 3월27일 아침 서울 종로구 역사박물관 인근 버스전용차로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출근길 시위를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활동가들이 벌이는 기습적인 버스 탑승시위가 집시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2월 옥외집회 신고의무를 위반한 이들을 예외 없이 처벌하는 집시법 규정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리면서 그간 기계적으로 처벌해온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10일 경향신문 취재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이호선 판사는 지난 7일 이형숙·이규식 전장연 공동대표의 집시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대표 등의 일반교통방해와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선 각각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이 대표 등은 2021년 3월 세종시에서 열리는 전국장애인대회에 참가하려고 전동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다 충북 청주 오송역 앞에서 버스 탑승을 거부당한 뒤,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라’며 미신고 집회를 연 혐의(집시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들에게 버스 운행 업무를 방해하고, 교통에 혼잡을 일으킨 혐의(업무방해·일반교통방해)도 적용했다.
이 판사는 ‘우발적 항의’라는 이 대표 측 주장을 받아들여 집시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세종시 집회에 가기 위해 많은 장애인이 오송역에 모여있던 점 등을 들어 이들이 사전에 집회를 열려는 계획은 없었다고 판단했다.
이 대표 측은 일반교통 방해 혐의 등에 대해서도 “장애인 탑승 거부에 대한 정당행위”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버스 밑으로 들어가거나, 도로를 무단 점거한 점을 들며 “폭력 시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선 이번 판결을 지난 2월 헌재의 집시법 22조 2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결과로 해석한다. 헌재는 이 조항이 충돌 위험이 적은 소규모 집회에 대해서도 사전신고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어기면 예외 없이 처벌해 헌법상 집회의 자유를 위축시킨다고 판단했다. 이 조항의 개정시한은 2027년 8월까지다. 이 대표 등은 지난 8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