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산업재해 사고사망자가 113명으로 2022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적었다. 하지만 마냥 반가워만 하기엔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이 녹록지 않다. 한국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산재 사망률 1위’의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작가 김훈은 산재가 줄지 않는 한국 사회를 “단순하고 원시적이며 동일한 유형의 사고에 의한 떼죽음이 장기간에 걸쳐 계속”되는 킬링필드로 표현했다.
이런 현실을 바꿔야 한다는 인식이 점차 커지면서 산재 정보공개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렸다. 산재 다발 기업의 이름이 공개되면 부담을 느낀 사업주가 산재 예방에 나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직자로선 취업하려는 기업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미리 알아볼 수 있다.
그간 고용노동부는 매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재판에서 확정된 사업장 명단을 공표해오긴 했다. 사망재해자가 2명 이상 발생했거나 화재·폭발 등 중대산업사고가 발생한 곳 등이 공표 대상이었다. 하지만 기업 수백곳의 명단이 한꺼번에 공개되다 보니 일부 대기업의 이름만 알려질 뿐, 대다수 사업장은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기업 명단을 찾아볼 수 있는 곳도 관보나 노동부 홈페이지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기업도 사업장명 공개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시민사회에서 기업이 더 부담을 느끼도록 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산재 다발 기업이 채용공고를 올리면 잡코리아·사람인 등 채용정보 플랫폼이 ‘이 기업은 위험할 수 있는 곳’이라는 꼬리표를 달자는 제안이다.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가 2023년 8월 이 아이디어를 담은 직업안정법 개정 입법 청원을 제출했다.
지난 7일 국회 본회의에서 직업안정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이 캠페인이 결실을 맺었다. 개정안은 구인기업이 산재 공표 대상 사업장인 경우 채용정보 플랫폼이 그 사실을 게재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지난 1월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면서 산업안전보건공단이 재해 원인을 분석한 재해조사보고서 공개, 안전보건공시제도 각각 6월, 8월부터 의무화된다. 다양한 산재 정보공개가 한국이 산재 사망률 1위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는 디딤돌이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