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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망진창 정치개혁

입력 2026.05.11 19:59

수정 2026.05.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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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확정된 우리 지역 군의원 선거구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읍과 면을 분리했던 3개 선거구가 1개 읍을 둘로 쪼개어 8개 면과 합친 2개 선거구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인구 감소로 2명이던 도의원이 1명으로 줄어들 뻔했는데, 최근 인구가 늘면서 2명의 정원을 유지하는 대신 선거인 수를 맞추기 위해 선거구가 조정됐다. 문제는 군의원 선거구가 갑자기 도의원 선거구에 맞춰져 개편되었다는 점이다.

정치개혁이라 부르기조차 민망

한편에서는 이를 정치개혁이라 부른다. 2~3인을 뽑던 기초의원 선거구가 3~4인을 뽑는 중대선거구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4명을 뽑는 선거구와 3명을 뽑는 선거구의 인구 차이는 불과 1000명이고, 한 마을이 서로 다른 선거구로 쪼개지기도 했다. 8개 면을 합쳐도 1개 읍의 인구보다 훨씬 적으니 면 주민들은 벌써 소외될까 걱정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4명을 뽑는 선거구의 후보가 모두 거대 양당 소속이고, 3명을 뽑는 선거구에만 소수정당 후보가 있다는 점이다. 중대선거구제로의 개편이 거대 양당 중심의 정치구조를 개선하고 소수정당의 의회 진입을 보장한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또다시 거대 양당 나눠먹기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우리 지역만이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전북 익산시에서는 선거구 개편에 항의하며 조국혁신당 시장 후보와 시의원 예비후보들이 선거운동을 중단하고 도의회 앞에서 밤을 새웠다. 인천시에서는 기초의원 선거구를 놓고 광역시의원들의 의견이 대립하면서 결국 선관위가 규칙으로 선거구를 최종 확정했다. 대구·경북의 시민들은 대구시의원과 경북도의원을 선출하는 지금의 선거구 획정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올해 1월13일 국회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출범했지만 의원정수와 선거구 획정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 그러다 중앙선관위가 제시한 마지노선인 4월18일에야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했고 그마저도 법률 본문이 아니라 특례를 인정하는 부칙을 개정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선거구 획정은 주민의 대표성과 선거의 공정성에 매우 중요한 사안인데, 국회는 매번 초치기로 안건을 처리해왔다. 국회입법조사처조차도 ‘이슈와 논점’ 제2493호에서 이를 “반복되는 ‘예외상태’”라 지적하며 “근본적으로 더 이상 국회 일정에 얽매이지 않고 지방이 자율적으로 의원정수와 선거구 획정을 할 수 있도록 권한을 위임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개선 방향을 제안했다.

언제까지 차악만 선택해야 하나

지방이 권한을 위임받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시민들이 선거구 획정 과정에 관한 정보를 얻고 그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선거구의 경계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수 있는데 유권자가 아무런 권한을 행사할 수 없는 건 민주적이지 않다. 다른 나라들처럼 선거구 획정을 다루는 청문회를 열거나 의견수렴 과정을 마련하고 관련 위원회에도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거대 양당이 힘겨루기만 하며 선거구 획정과 관련된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하는 건 정치적인 무능력 탓도 있지만 시민 참여가 배제되어서 생기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지방선거인데도 기호를 부여하는 방식이 국회 의석수를 기준으로 삼는 것도 옳지 않다. 기호부여 방식도 거대 양당이 1·2번을 독점하지 않도록 후보자 전원이 추첨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거대 양당이 좌지우지하다 보니 후보자 수와 당선자 수가 일치해 무투표로 당선되는 이가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300명을 넘겼다. 이들에 대해서는 최소한 찬반투표라도 해 유권자의 의견을 듣는 과정이 필요하다.

또한 결선투표제를 도입해 단체장 후보들이 절반 이상의 득표로 당선되도록 해야 대표성이 강화되고 유권자의 의사도 다양하게 반영될 수 있다.

사실 새로운 내용이 아니고 선거 때마다 요구되었던 부분인데, 아직도 바로잡히지 않는 문제이다. 기본적인 절차가 잘못되어 있는데, 투표와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백날 주장하면 뭐하나.

그러니 국회는 이런 문제들을 다음 선거 시기로 미루지 말고 당장 논의를 시작하고, 소수 정치인들의 협상이 아니라 공개적인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투표하러 가는 길이 매번 절실하기보다, 즐겁고 행복한 발걸음이었으면 좋겠다.

하승우 이후연구소 소장

하승우 이후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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