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배드뱅크 ‘상록수’
23년간 7000억원 연체 채권 보유
상록수 출자사인 은행·카드·대부업체 등
5년간 배당 420억5000만원 받아가
이재명 대통령이 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5.6 청와대사진기자단
취약계층의 재기를 위해 5000만원 이하 7년 이상 장기 연체 채권을 소각하는 이재명 정부의 새도약기금이 출범했지만, 23년전 카드대란 당시 발생한 9만명의 7000억원 상당 연체 채권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주요 금융사들이 설립한 민간 부실채권 처리회사 ‘상록수’는 이같은 연체채권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새도약기금으로 넘기지 않고 보유하면서 5년간 420억원 가량의 배당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포용금융을 강조하고 있지만 금융기관들이 ‘잇속’을 위해 20년 넘게 취약차주를 ‘빚의 굴레’에 밀어넣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2003년 카드대란 당시 설립된 민간 배드뱅크(부실채권 처리회사)인 ‘상록수제일차유동화전문유한회사(상록수)’가 보유한 연체 채권 중 현 정부가 ‘빚 탕감’을 내세운 조건에 해당하는 채권(지난해 말 기준) 약 9만명의 약 7000억원 규모인 것으로 파악됐다.
상록수는 2000년대 초 카드대란 당시 폭증한 부실채권을 관리하기 위해 주요 은행과 카드사가 공동 출자해 만든 유동화전문회사(SPC)다. 현재는 신한카드, 하나은행, IBK기업은행, 우리카드, KB국민은행을 비롯해 대부업체 등이 주요 주주다.
문제는 상록수 출자사들이 올해 장기 연체채권을 새도약기금으로 매각하라는 협조 요청을 받았으나 소극적인 입장을 취했다는 점이다. 신용불량자의 회생 지원을 위해 설립된 상록수가 정작 이들의 회생 지원을 거부한 셈이다.
금융사가 보유한 연체채권을 새도약기금이 매입하면 채무자들이 받는 추심은 즉시 중단되고, 상환능력이 있으면 채무조정 및 분할상환 추진, 기초생활수급자 등 상환능력이 없다면 1년 이내 자동 소각한다.
상록수 출자사들이 장기 연체 채권을 계속 보유하려는 배경에는 ‘이익’이 자리하고 있다. 금융사들이 사실상 포기한 연체 채권은 적지만 꾸준히 상환이 됐고 이로 인해 출자들에게 배당이 돌아갔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간 상록수가 가진 후순위채 상환금액은 총 794억5000만원이었으며, 5년간 총 배당액은 420억5000만원으로 나타났다. 지분(출자비중)이 30%로 가장 높은 신한카드의 경우 지분비례 배당 가정 하에 약 126억원의 배당액을 받아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추심업체 MG신용정보도 매년 추심 수수료로 연간 15억원, 연간 3000만~5000만원 수준의 성과 수수료도 합해 약 79억원을 챙겼다. 연간 수십억원 수준인 MG신용정보 영업이익 상당수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통상적으로 무담보채권의 경우 대체로 20년 내에 소멸시효가 도래하지만, ‘돈 되는 장사’가 되면서 상록수는 후순위채 만기를 두 차례 연장해 운영기간을 2027년까지 늘렸다. 새도약기금에 채권을 매각해도 세제상 이득과 일정 부분의 매각 이익도 얻을 수 있지만, 상록수 회수를 통해 받을 이득이 더 컸다고 판단했던 셈이다.
부실채권 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록수에 남은 차주는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경제활동을 거의 못하면서 빚을 털지 못한 사람들”이라며 “상록수가 보유한 장기 연체 채권은 새도약기금으로 넘기거나 자발적으로 소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7년 이상 연체되고 5000만원 이하의 무담보 채권을 매입하는 프로그램이다. 자율 협약에 참여한 금융회사가 보유한 연체 금융채권을 대상으로 한다. 새도약기금이 연체채권을 매입하면 추심은 즉시 중단된다. 상환능력이 있으면 채무조정 및 분할상환 추진, 기초생활수급자 등 상환능력 상실 시 1년 이내 자동 소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