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지사 6·3 지방선거 20여일 앞둔 공주 민심
“보수 우세지역, 계엄 후 민주당으로” 변화 바람
보궐 치르는데 “누가 나오는지 몰라” 관심 낮아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4년 12월2일 충남 공주산성시장에서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6·3 지방선거를 20여일 앞둔 지난 11일 충남 공주산성시장. 시장 골목은 장을 보러온 방문객들로 북적거렸지만, 선거 열기는 좀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입구와 도로변 곳곳에 후보 사무실이 자리하고 있지만, 선거 관련 현수막도 눈에 띄지 않았다.
공주는 지난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이 54.70%(3만7339표)를 얻어 이재명 당시 대통령 후보(41.71%·2만8472표)을 큰 격차로 앞선 대표적인 보수 강세 지역이다. 그러나 2024년 12·3 불법계엄 사태 이후 지역 민심에 적지 않은 변화가 감지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충남지사 선거는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후보와 국민의힘 김태흠 후보의 맞대결로 치러진다.
공주산성시장에서 40년 가까이 생선가게를 운영해온 최덕수씨(60대)는 “원래 보수세가 강한 동네였는데 계엄 직후부터 민주당 쪽으로 기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최씨는 “박 후보는 중앙 정치 경험이 있고 김 후보도 국회의원과 도지사를 지내 경험이 많다”면서도 “두 후보와 별개로 계엄에 책임이 있는 정진석 전 비서실장이 갑자기 출마를 선언했던 게 이번 선거에 영향을 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 하루 전 이 시장을 찾았던 것이 상인들 기억에 여전히 남아 있다”며 “윤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인 정 전 실장의 출마 선언은 계엄 악몽을 다시 끄집어낸 격”이라고 말했다.
공주는 윤 전 대통령과 상징적인 연결고리가 있는 지역으로 꼽힌다. 윤 전 대통령 부친인 윤기중 전 연세대 교수 고향이 공주로 알려져 있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 선포 하루 전인 2024년 12월2일 공주산성시장을 방문해 “공주가 제 아버지 고향이니 제 고향이나 다름없다”며 “공주 아들로서 늘 응원해준 덕분에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내 옷가게에서 손님을 맞던 김모씨(75)는 “박 후보는 지역구 국회의원을 지내서 알지만 김 후보는 상대적으로 덜 익숙하다”며 “지지 정당 여부를 떠나 상인들 사이에서는 계엄 자체를 비열한 선택이었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40년 넘게 이 곳에서 구둣방을 운영해온 70대 A씨도 “예전에는 거의 국민의힘 분위기였는데, 요즘은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하는 사람들도 많이 늘었다”며 “주변 친구들도 과거에는 모두 보수 성향 후보를 지지해왔지만, 지금은 모두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6·3 지방선거를 23일 앞둔 11일 충남 공주산성시장이 방문객들로 붐비고 있다. 강정의 기자
지역에서는 충남지사 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공주·부여·청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관한 관심이 예상보다 낮다는 반응이 나온다. 민주당은 최근 공주 출신으로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고향에서 졸업한 김영빈 변호사를 후보로 공천했고, 개혁신당은 이은창 후보를 내세웠다.
반면 국민의힘은 아직 후보를 확정하지 못했다. 정진석 전 실장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가 철회한 뒤 현재 소정임 국민의힘 재정위원회 부위원장, 윤민아 전 국무총리실 사무관, 윤용근 경기 성남중원구 당협위원장 간 3인 경선을 진행 중이다. 최종 후보는 오는 13일 결정된다.
시장 식당에서 일하는 정모씨(70대)는 “장사도 어렵고 먹고살기 팍팍해 정치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다”며 “도지사 후보 정도는 알지만,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누가 나오는지는 관심도 없고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80대 시민 B씨도 “TV 뉴스에서 누가 지역 국회의원 선거에 나온다는 얘기는 봤지만 동네에서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정치인들이었다”며 “이번에는 인물보다 지지 정당을 보고 투표를 해야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