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방법원 전경. 김창효 선임기자
초등학생 학부모의 반복적인 민원 제기로 교사가 건강을 잃은 경우 학부모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전주지법 민사1단독 황정수 부장판사는 전북 전주 한 초등학교 교감 A씨가 학부모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고 “피고는 원고에게 300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소송은 B씨가 2023년부터 2024년까지 자녀가 재학 중인 초등학교를 상대로 홈페이지, 전화, 직접 방문 등을 통해 수십 차례 항의성 민원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B씨는 자녀의 학교생활기록부 수정 요구를 비롯해 “아이가 아픈데 왜 농구를 시켰느냐”, “과목별 수업계획서 없이 수업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스승의 날 선물을 왜 돌려보냈느냐” 등의 민원을 지속해서 제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학교폭력 사안 처리와 학교 행사 운영, 교사 배치 문제 등 학교 운영 전반에도 항의했다. 일부 주장은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내용에 근거한 것으로 조사됐다.
민원 대응을 담당했던 교감 A씨는 장기간 반복된 대응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었다. 결국 혼합형 불안·우울장애와 안면마비 증상으로 치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주교육지원청은 B씨의 행위를 교원지위법상 교육활동 침해에 해당한다고 보고 특별교육 50시간 이수 처분을 내렸다. 이에 불복한 B씨가 제기한 처분 취소 소송은 1심에서 기각됐으며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B씨는 재판 과정에서 “자녀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진단을 받아 정당한 보호자로서 권리를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자녀의 스트레스 수치가 정상 범위이고 정신과적 장애 소견도 없다는 자료 등을 근거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부모 등 보호자는 자녀 교육과 관련해 학교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으나 이는 교원의 전문성과 교권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설령 자녀 보호 목적이 있었다 하더라도 반복적이고 부당한 개입으로 정당한 교육활동을 침해한 이상 권리행사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사회상규에 위배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