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엑스(X) 갈무리. X
민간 부실채권 처리회사 ‘상록수’에 출자한 금융사들이 장기 연체 채권 보유 문제를 지적한 경향신문 보도 직후 일제히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새도약기금에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채권 매각에 소극적이었던 이들 금융사가 하루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금융당국도 상록수 주주 9곳 전원을 소집해 장기연체 채권을 일괄 매각하도록 즉각 조치하고 새도약기금 대상 채권이 아닌 채권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신한카드는 12일 “상록수가 보유한 장기연체채권 중 신한카드 지분에 해당하는 채권 전액을 새도약기금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상록수는 2003년 카드대란 당시 신용불량자들의 경제적 재기를 목적으로 주요 은행과 카드사가 공동 출자한 민간 배드뱅크(채무조정기구)다. 대부업체에 버금가는 이자와 강도 높은 추심을 진행하면서 취약계층의 신용 회복이 아닌 출자사(9곳)의 잇속을 챙겨왔다는 비판이 나왔다. 신한카드는 상록수에서 가장 많은 지분(30%)을 보유한 주주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경제적 어려움 속에 놓인 차주들의 상황을 더 일찍 헤아리지 못한 점을 깊이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하에 채권 전액 매각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지분 10%를 보유한 IBK기업은행·우리카드·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5.3%), KB국민카드(4.7%)도 상록수 보유 연체채권의 새도약기금 매각 결정을 잇달아 발표했다.
장민영 IBK기업은행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상록수 지분과 관련해 “이미 암묵적으로 양도(매각)를 동의했다”며 “굳이 보유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조속히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상록수의 장기 연체채권이 새도약기금에 매각되면 차주의 상황에 따라 채무조정 후 채무를 분할상환하도록 한다. 기초생활수급자처럼 상환 능력이 크게 부족하다면 채무를 사실상 탕감하는 방식으로 처리된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오후 상록수 주주회사 전체를 소집해 긴급 회의를 열고 장기 연체 채권 문제를 논의했다. 금융위는 상록수가 보유한 다른 채권도 청산하도록 협의했다고 밝혔다.
상록수가 청산되며 약 11만명(채권액 8450억원)의 장기연체 채무자가 재기의 기회를 얻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새도약기금은 7년 이상 장기 연체된 걸 가지고 있어봐야 (서민을) 괴롭히기만 하고 재기의 기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굴러가는 것”이라며 “상록수 주주들을 별도로 만나서 접촉을 해서 동의를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도권 금융사가 모두 채권 매각 의사를 밝혔지만, 최종적으로 연체채권이 새도약기금으로 넘어가기 위해선 정관상 상록수 사원총회에서의 전체 주주의 동의가 필요하다. 9개 출자사 중 하나라도 반대하면 기금 매각은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