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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팥빵 5개

입력 2026.05.12 18:15

수정 2026.05.12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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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팥빵. 한국관광공사 제공

단팥빵. 한국관광공사 제공

지난달 초 경기 고양에서 80대 할머니가 단팥빵 5개를 훔치다 경찰에 붙잡혔다. 할머니는 “남편이 좋아하는 단팥빵을 먹이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지병을 앓는 남편을 20년째 홀로 수발해오고 있었다. 한 푼이 아쉬운 궁색한 처지에 단팥빵은 언감생심이었을 테다. 사정을 딱하게 여긴 경찰은 처벌 대신 지자체의 긴급 생계비 지원을 알선했다. 이 사연에 먹먹해진 사람들이 많았는지 ‘할머니를 돕고 싶다’ ‘법보다 배려와 인정이 좋다’는 등의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세상은 아직 살 만한 곳이다.

그러나 단팥빵에 양심을 팔아야 했던 할머니의 심정을 헤아리면 마음이 무겁다. 그는 경찰조사 과정에서 혹시라도 남편이 알게 돼 충격을 받을까 봐 전전긍긍했다고 한다. 빵집 주인의 선처로 처벌은 면했지만, 할머니는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이처럼 생존을 위해 수치를 무릅쓰고 범죄를 저지르는 ‘노인 장발장’들이 줄을 잇고 있다. 고령층의 절도 범죄 증가는 단순한 치안 문제가 아니라 사회안전망의 부재를 경고하는 신호다.

경찰이 할머니에게 연결해준 긴급생계비 지원은 위기 가구에 구호 물품과 돌봄 서비스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 빈곤 노인들은 대개 이런 지원 시스템에 대한 정보조차 모르고 있다. 이번 사례처럼 공직사회가 먼저 손을 내미는 능동적인 태도가 복지 행정의 표준이 돼야 한다. 마침 보건복지부도 12일 당사자가 신청하지 않아도 국가가 먼저 찾아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적극적 복지’ 대책을 내놓았다. 위기 징후 데이터를 분석해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정부가 찾아내는 ‘발굴 행정’을 하겠다는 것이다. 복지 신청주의의 부작용이 컸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정책전환이다.

“가난에 찌들어 눈빛도 바랬고/ 온 얼굴 가득 주름살 오글쪼글/ 지하철 공짜로 타는 것 말고는/ 늙어서 받은 것 아무것도 없네.” 김광규 시인의 시 ‘쪽방 할머니’의 첫 단락이다. 노인이 빵을 훔쳐야만 복지의 손길이 닿는 서글픈 현실이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인 한국의 노인 빈곤율을 감안하면, 국가가 든든한 울타리가 돼야 한다. 그래야만 지하철 공짜 표 말고는 받은 게 없다는 서러운 노래를 멈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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