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소방, 긴급출동 방해차량 강제처분 훈련
밀고 진입하거나 유리창 깨고 소화전 확보 등
소방본부, 강제처분 권한 있지만 적용 어려워
행안부 장관, “활용” 지시에 활성화 노력
“방화문 개방처럼 강제처분도 당연해져야”
“소방차 진입이 힘듭니다. 강제처분 필요.”
무전기를 통해 목소리가 들리자 소방관 3명이 소방차에서 급히 뛰어내렸다. 이들은 우회전 코너에 주차된 차량에 다가가 내부를 살폈다. 소방관들이 무전을 통해 “탑승자 없음”이라고 하자 그 즉시 “강제처분 진행”이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그러자 대기 중이던 소방차가 주차된 승용차 왼편을 긁으며 코너를 돌았다. 굉음이 나면서 주차된 차량의 타이어가 터지고 범퍼도 떨어졌다.
부산소방재난본부는 13일 오전 부산 부산진구 범내골역 인근 오피스텔 밀집 지역에서 긴급출동 방해차량 강제처분 훈련을 진행했다. 부산소방본부는 불법주정차 차량 파손을 불사하고 긴급 상황에서의 골든타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이날 훈련을 진행했다. 훈련에 사용된 차량 3대는 인근 폐차장에서 빌려왔다.
이날 훈련은 강제돌파, 강제밀기, 장애제거 등 3가지로 나눠 진행됐다. 강제돌파는 차량이 길을 막을 때 소방차를 이용해 밀고 들어가는 훈련이다. 강제밀기는 위급상황이 발생한 건물 입구를 불법주정차 차량이 막고 있을 때 소방차가 차량을 밀어내는 훈련이다. 장애제거는 소화전 앞 불법 주차된 차량의 유리창을 깨고 운전석과 조수석을 관통해 소화전을 확보하는 것이다.
불법주정차 차량은 도심지 위급상황 골든타임 확보에 치명적이다. 2017년 제천 스포츠센터 참사가 대표적 사례다. 당시 불법주차 차량 때문에 소방차 진입이 늦어지면서 29명이 숨졌다.
소방본부는 현행법상 긴급출동 때 불법주정차 차량을 강제처분할 권한을 갖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런 규정을 활용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부산소방본부에 따르면 최근 6년간 강제처분 사례는 전국에서 7번에 불과하다. 실제로 지난 1월 충북 음성군 생활용품 공장 화재 당시에도 소방차가 강제돌파하지 않고 사설업체를 불러 화재 공장 인근에 주차된 차량 16대를 견인했다.
부산 지역 한 소방관은 “민원과 경위서 작성도 부담이 되지만, 법적 분쟁에 휘말리면 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며 “실제 현장에서는 강제처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8월 전국 소방공무원 462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9.8%가 강제처분이 필요하다고 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1월 소방청 업무보고에서 긴급 출동 시 불법주정차 차량을 대상으로 강제처분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에 올해부터 부산소방본부 등은 강제처분 강화 계획을 수립하기도 했다. 현장대원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현장과 119상황실이 상황을 공동 판단하고, 강제처분과 관련된 민원을 전담하는 부서를 운영할 예정이다. 실물차량을 대상으로 훈련을 활성화하는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하명수 부산소방본부 방호조정관은 “약 10년 전만 해도 소방관이 방화문을 여는 것도 건물 주인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이제 방화문 개방이 자연스러운 것처럼 소방차 진입을 막는 불법주정차 차량의 강제처분도 당연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