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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고립 전담 차관

입력 2026.05.13 18:05

수정 2026.05.13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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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한 한 시민의 집 우편함에 챙겨가지 않은 우편물들이 쌓여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고독사한 한 시민의 집 우편함에 챙겨가지 않은 우편물들이 쌓여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소설 <모나코>의 주인공은 “철 안 든 노인”이다. 은퇴한 사업가인 그는 멋진 서재와 홈시어터가 있는 집에 산다. 체력이 좋고, 요리를 잘하고, 쿨한 유머감각도 갖췄다. 그러나 인간적 관계를 맺는 사람은 가사도우미 ‘덕’뿐이다.

“언제부턴가 사는 것도 습관처럼 여겨졌다. 먹고, 자고, 걷고, 먹고, 걷고, 또 걷고. 어떤 날은 사는 이유를 생각해 냈다. 다음 날엔 또 잊어버렸다. 이제 이유는 중요하지 않았다. 먹는 것의, 사는 것의 의미는 조난당한 선원의 수영복처럼 부질없었다.”

어느 날 그의 앞에 젊은 미혼모 ‘진’이 나타난다. 불꽃같은 사랑이 시작되지만 결말은 예상대로다. 진이 떠나고, 노인은 덕이 휴가 간 사이 심장마비로 죽는다. 두 달 후 시신이 발견되기까지 노인의 집을 찾은 이는 좀도둑뿐이었다.

고독은 반드시 빈곤이나 질병과 함께 오지 않는다. 소소한 일상을 나눌 사람, 함께 웃고 울 인연이 없다면 누구에게나 내려앉는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13세 이상 인구 10명 중 4명가량(38.2%)이 ‘평소 외롭다’고 답했다. ‘자주 외롭다’는 비율은 4.7%였다. 응답자 가운데 5.8%는 도움받거나 교류하는 사람, 즉 ‘사회적 관계망’이 없다고 답했다.

국가데이터처는 사회적 관계망이 없으면서 외로움을 느끼는 ‘교집합’ 3.3%에 주목했다. 150만명 정도로 추산되는 이들은 일종의 ‘고립·은둔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4년 국내 고독사 사망자는 3924명으로 전년보다 7.2% 증가했다.

정부가 사회적 고립과 고독사 문제에 정면 대응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1차관을 ‘사회적 고립 전담 차관’으로 지정했다. 사회적 고립이 특정 취약계층만의 문제가 아니라, 생애 전반에서 나타날 수 있는 구조적 문제임을 인식하고 범정부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2018년 세계 최초로 고독부 장관을 임명한 영국에서는 ‘사회적 처방’이라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의사가 자신이 진료하는 환자 가운데 외로움이나 우울을 겪는 사람을 지역사회 ‘링크 워커’를 통해 동호회, 요리교실, 자원봉사그룹 등에 연결해주는 방식이다. 한국에서도 전담 차관 지정을 계기로 창의적이면서 실질적인 ‘처방’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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